[승강기 10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승강기 10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 이태영 기자
  • 승인 2010.10.1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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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기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추진단장

 

"승강기엑스포 성공적 개최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습니다"

대기업 등 오랜 근무경험과 추진력으로 차질없이 진행중

중소기업 참여저조는 고민...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절실


▲ 엄용기 단장
승강기 설치역사 100년을 맞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김남덕)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오는 12월 15일부터 나흘간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단장 엄용기)를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행사라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오랜시간 승강기 대기업 근무경험과 국내외의 수많은 인적네트워크를 담보삼아 밀어붙였습니다. 근심과 우려 섞인 말도 있었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죠”
엄용기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추진단장(54·사진)에게 이번 엑스포는 부담이 큰 행사였다. 약 800개가 넘는 관련기업이 있지만 대부분이 영세한데다 국내에선 승강기 설치역사 100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종합박람회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 5사를 제외하고는 기업체 대부분이 시장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기업 유치전략을 짜는데 있어 고민이 많았다”면서 “과거 함께 일했던 기업출신 동료들과 기술파트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인적네트워크, 그리고 분야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접근한 것이 지금의 성공적인 기업참여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엄 단장은 대기업 연구소와 승강기 기술분야에서만 30년이 넘게 일해 온 이 분야에선 보기 드문 베테랑급 전문 엔지니어다. 최근까지 승강기안전관리원의 기술부서 근무를 마치고 전략부서로 자리를 옮겼지만, 엑스포를 위해 ‘테스크포스팀(TFT)’인 엑스포추진단장으로 차출돼 행사 총괄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그는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중책을 맡아 30년간의 직장생활 가운데 가장 바쁘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번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겠다”고 자신했다. 승강기 전시회하면 승강기 완제품과 부품을 전시해 놓고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는 각종 문화공연과 신기술발표회, 국제세미나, 안전관리 우수사례 발표회, 100년사 출판기념식, 일자리창출 결의대회 등을 접목해 지식 및 기술공유, 그리고 승강기 인들의 화합을 유도하는 박람회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술 한 잔 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말하는 엄 단장을 양재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 추진계기와 목표는?

우리나라 승강기 산업은 대기업이 많은 부분의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특화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마케팅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시장진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의 저가제품에 밀려 더욱 힘든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엑스포는 관련 기업들이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류하고 미래비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스를 채우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 참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다양한 국제세미나와 기업중심의 신기술 발표회, 그리고 다채로운 공연과 이벤트를 가미해 볼거리와 행사의 독창성을 부여할 것입니다. 물론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대표 박람회에 키워나갈 것입니다.

- 한국승강기의 발전사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조선시대 수원성을 축조하기 위해 사용된 ‘거중기’는 우리나라 승강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 문헌에 따르면 수원성에 사용된 거중기는 40근의 힘을 가해 2만5,000근을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현대식 승강기가 설치된 시기는 191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조선은행(現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에 화폐운반용 ‘수압식엘리베이터’가 국내최초로 설치됐습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1914년 지금의 웨스틴조선호텔인 철도호텔에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1941년 서울 화신백화점에 우리나라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1호로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80년대 정부의 건설 육성정책으로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대거 공급되고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7만 여대에 불과했던 승강기 설치대수는 20년 만에 6배 가까이 증가한 41만 여대(금년 6월 기준)로 늘었습니다. 매년 2만5천여 대에서 3만대 정도가 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될 정도로 설치강국입니다.
국내 승강기 산업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됐지만, 지금은 오티스, 티센쿠르프, 쉰들러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술로 봐도 100년 전에는 분당 엘리베이터 속도는 10m 수준에 불과해 5층 건물을 올라가는데 1분 넘게 걸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분속 1080m의 세계 최고속 승강기가 국내기술로 개발됐을 정도입니다.

- 국내·외 승강기 시장의 차이점은?

지금의 현대식 승강기는 1850년대 미국의 발명가인 ‘엘리샤 그레이브 오티스’가 개발했습니다. 추락해도 안전한 승강기를 개발하게 되면서 세계시장으로 급속하게 퍼지게 되었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승강기 설치기준이나 검사기준도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의 제도를 모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경제 상황에서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해외의 승강기 기업들이 손쉽게 우리시장을 차지하게 된 원인이 된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실제로 앞서 말했지만 우리나라의 승강기 시장은 세계의 잘나가는 기업은 거의 다 들어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국의 오티스를 비롯해 독일의 티센크루프, 스위스의 쉰들러, 일본의 미쓰비시까지 우리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토종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포함해 이들 기업이 국내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국내외 시장지배력이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번 엑스포는 관련 중소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해외기업들과 교류하고 부족한 시장에서의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하는데도 적잖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승강기업계 기술자들의 대우는 어떻습니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 기술자들의 임금수준에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엘리베이터 정비사는 고액연봉자에 속합니다. 미국의 엘리베이터 정비사들은 연봉만 1억원이 넘을 정도이니까요.
미국에선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4년정도 직업훈련을 거치면 정비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승강기 기술자 모두가 대학을 졸업해도 열악한 작업환경과 급여수준도 3분의 1수준밖에 안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인력육성과 승강기 기업에 대한 기술투자, 그리고 엑스포와 같은 교류의 장을 마련해 기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승강기 산업에 대한 단장님의 견해?

승강기는 3~5만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정교한 기계설비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부가가치가 아주 높은 장치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인도시장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권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기업육성과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특히 산업진흥은 안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기업이 건실해야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연계될 수 있습니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게 되면 당연히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인력부분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되겠죠.
다시 말해 리드기업과 기관이 앞장서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 주고, 우수한 인력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줌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전망도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세계 3위의 승강기 설치강국답게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기업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우리나라 승강기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강한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승강기안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는데 작은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