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는 국가경쟁력 배양의 첫걸음”
“SOC는 국가경쟁력 배양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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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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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정부가 최근 2011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서민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확충하는 분야에 중점적으로 예산을 배정하였다. 결국 논란 많던 SOC 예산이 내년에는 3.2% 줄게 되었다. 내년도 예산에서 전년 대비 예산이 줄어든 분야로는 SOC 분야가 유일하다. 특히 도로 부문 SOC 사업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SOC 예산을 편성하면서 도로 건설에 대한 신규 예산을 사상 처음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2년에도 2011년보다 SOC 예산을 감축하는 방안이 정부의 중기재정운영계획에 반영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장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SOC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SOC는 경제 발전의 초석이며,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중요한 국가적 시설인 것이다. 특히 포화 상태라고 하여 신규 도로 예산에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자면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던 1960~70년대가 떠오른다.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착공 당시에는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학계의 우려와 반대가 극심했다. “한국의 모든 자동차들을 줄 세워봐야 다닐 차가 없으니 부유층 유람로일 뿐”,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며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지역편중, 시기상조, 환경파괴 등 반대론은 나름대로 명확한 논리와 이유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 및 기술력의 한계, 여론의 반대 등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는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원활한 물류 수송에 힘입어 중화학공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었으며,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경제대동맥이자 경제발전의 아이콘으로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하여 신공항과 신항만, 고속철도 등의 SOC 혁명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경제신화는 불가능했다. 국가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SOC 사업은 비단 건설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근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도 경제 발전을 선도하는 인프라 시설이다. 십여년 전 과잉투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추진된 초고속정보망 구축사업은 우리나라를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세계 정보통신강국으로 부상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지난 달 개최되었던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에 참석한 카베루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가 “물고기를 얻으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배우러 왔다”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경제발전 경험을 실질적으로 전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정도로 낙후되어 있던 경제 수준이 지금은 완전히 뒤바꿀 수 있었던 비결을 직접 배워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응대로 우리 정부는 도로, 항만, 전력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SOC가 경제 발전에 있어 그만큼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SOC 시설 역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도로는 OECD 30개 국가 중 두 번째로 혼잡하고, 철도는 그리스․포르투갈․스웨덴․영국 등과 비교할 때 이들 나라 평균의 약 40~50% 수준에 불과하다. GDP 대비 국가물류비도 미국과 일본의 1.5배 이상에 달한다. 우리나라 SOC 수준보다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 외국들도 SOC 관련 특별회계를 지난 1950년대 이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도 SOC 건설과 성능 개선과 유지 보수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SOC 투자가 여전히 지속되어야 함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부분들이다.

이처럼 SOC 시설이 선진 외국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현 상태에서 SOC 예산을 축소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이라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SOC는 경제 발전과 미래를 위한 투자다. 당장 재원이 아쉽다고 해서 덩치 큰 SOC 예산을 무 자르듯 잘라낸다는 것은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이다. 국내 경제상황에 따라 늘리고 줄이고를 반복하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의 관점에서 적정 투자수준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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