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 원장의 건강상식] 건강검진, 내 몸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
[정이안 원장의 건강상식] 건강검진, 내 몸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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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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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은 형식적이라 안 받아도 된다?

매년 봄가을은 직장마다 단체 건강검진이 실시된다. 각 병원 검진 센터도 이때는 검사를 받으러 오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내 돈 드는 검사가 아니니 기쁜 마음으로 검사를 받을 것 같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하는 건강검진은 검사항목도 적고 정확하지도 않아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통보된 검진 결과를 대충 훑어본 뒤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쓰레기통에 버린다. 어떤 사람은 검진을 받으라고 하니 할 수 없이 받는 것이라며 자신은 따로 종합검진을 받겠다고 하기도 한다. 정말로 직장인들이 받는 건강검진은 형식적이며,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검사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1999년 건강진단 결과분석'에 따르면 검진을 받은 직장인의 20%가 '건강 비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즉, 직장인 5명 중 1명은 건강에 주의를 요하거나 실제 질병을 앓고 있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 사람들 중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었던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건강 검진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검진에서 암을 발견하게 되는 확률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종합검진 수진자의 0.55%정도가 암으로 확진이 된다고 한다. 종합검진을 받는 사람 200명중에 1명은 검진과정에서 암이 발견되는 셈이다.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더라면 200명 중 1명의 암 환자들은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쳐서 소중한 생명을 위협받았을 터. 또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다고 알려진 위암의 경우 건강검진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65%가 조기 위암인 반면, 병원 진료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70%가 진행성 위암이라는 통계도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서울대 예방의학교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3년부터 97년까지 발생한 서울지역 암 환자 중 강남구에 사는 사람들이 암 발생률은 가장 높지만 암으로 인한 남자의 사망률은 가장 낮았다(여자는 강동구)고 한다. 강남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높아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래서 조기에 치료한다는 해석이고 보면, 강남 사람들이 ‘건강 테크’를 ‘건강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진료를 하다보면, 술 좋아하는 사람이 건강검진 후에 간 기능 수치가 정상으로 나온 것을 보고 앞으로 1년은 더 술을 많이 마셔도 좋다는 허가증처럼 생각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건강검진에서 단순 X선(X-레이)촬영으로 폐가 깨끗하다고 하더라며 금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정상’이란 판정이 오히려 건강을 과신해서 돌보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게 하는 일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차라리 그때 조금의 이상이라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좀 더 일찍부터 조심을 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검진 결과, 한방(韓方)으로 해결

‘검진 결과가 무슨 검사에서 수치가 정상보다 약간 높다더라, 무슨 병이 의심 된다더라’면서 고민만 하지 말고 다음번 검진 전까지 건강관리 의지를 가지고 건강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있어야 검진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활의 변화와 한방(韓方)치료로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대개 잘 알면서도 실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검진 후 많이 나오는 결과들을 짚어보고 생활 습관을 고쳐 보자.

과체중. 이 간단한 한 단어가 무척 고민스럽게 만든다. 아니, 체중이 정상보다 많이 나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무슨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살 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면서 매년 “과체중” 결과표를 받으면서도 아무 대책이 없는 사람. 과체중이 성인병의 출발이란 사실을 진정 모른단 말인가. 과체중인 사람이 실천해야 해야 할 것은 당연히 체중을 빼는 일이다.

고지혈증(高脂血症). 건감 검진을 하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이상 소견 중의 하나다. “고기는 잘 먹지도 않고 술도 안 먹는 제가 왜 고지혈증이라고 나왔는지 이해가 안되요” 이렇게 얘기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육류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면 그런 식습관 때문이거니 하겠지만 그도 저도 아닌데 고지혈증이라니, 황당할 만하다. 그러나 꼭 술, 고기를 많이 먹어야 고지혈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황달, 신증후군, 당뇨병 등으로 인해 2차적으로 고지혈증이 발생하기도 하니 너무 억울해 할 것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몰랐다면 몰라도 알고서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 시원하게 뚫린 올림픽 대로지만 교통량이 많고 사고까지 발생해 있으면 꽉 막혀서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것처럼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쌓이고 들러붙다보면 혈관 교통대란, 즉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같은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방에서는 고지혈증을 혈액 속에 탁하고 습한 어혈 물질이 있는 것으로 보고 피를 맑게 하고(淸血), 습하고 탁한 물질을 없애는 (除濕 祛痰) 한약재를 처방해서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게 하는데,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강검진을 받고 난 뒤 결과표를 받아본 남성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간 기능 수치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제발이 저려서일 것이고, 요즘 얼굴색이 어두워지면서 거칠고 쉽게 피로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혹시 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궁금해서일 것이다. 간수치는 지방간, 알코올성 간 질환, 복용해온 약물 등에 의해 수치가 높아지긴 하지만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바로 간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방간의 경우 정상수치보다 2-3배 많이 나오더라도 금연, 금주,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최소 2개월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 간수치가 정상수치보다 월등히 높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검진 후 주치의와 꼼꼼히 원인을 따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건강은 자기 할 나름

해마다 받게 되는 건강 검진이 단순히 시간 낭비가 될 것인지, 진지한 건강 체크의 시간이 될 것인지는 결국 검사를 받는 자신에게 달렸다. 같은 결과가 나와도 계속 관심을 두고 관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건강을 잃은 후에야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라고 하더라도 질병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심정으로 건강을 돌보자.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어서 어떻게 건강을 가꿔나가야 할지 계획이 서질 않으면 평소에 자주 다니던 한의원이나 가정의학과를 찾아가 한의사나 의사에게 조언을 구해보라. 구체적이고도 실천 가능성이 있는 계획을 당장 실행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젊을수록 건강은 자기 가꾸기 나름이다. 나이가 많아도 물론 상관없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니까.

 

■정이안 원장

한의학 박사로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50’, ‘내 몸에 스마일’,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등이 있다. www.j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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