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인 교육기관 '부실 덩어리'
건설기술인 교육기관 '부실 덩어리'
  • 박기태 기자
  • 승인 2018.08.10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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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수용 능력 부족…법정 교육 미이수자 속출 ‘대란’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제도·교육기관 불만 ‘팽배’

[건설이코노미뉴스 박기태 기자]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정책이기 때문에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살피면 안된다는 의미에서 생긴 표현이다.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은 건설관련 직능단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건설기술인들의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일선 ‘교육기관’들이 총체적 부실 덩어리라는 논란이 수면위에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기술인 백년대계가 위태롭다는 시그널이다.

◈교육기관 독과점 논란...“수십년 째 진퇴 없어”

논란의 배경에는 건설기술인들의 법정 의무교육을 몇몇 특정 교육기관들이 수십년 째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에서 촉발한다.

건설기술인 법정 교육은 최초교육, 승급교육, 계속교육으로 나눠지며 교육내용에 따라 기본교육과 전문교육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법정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종합·전문 교육기관은 전국에 13곳이 지정돼 있다. 이 중에서도 건설분야 전 과목을 교육할 수 있는 종합교육기관은 6곳 뿐이다. 그것도 수도권역에 소재한 건설기술교육원(인천)과 건설산업교육원(서울)이 전체 건설기술인 교육의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건설기술자 수는 8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교육은 단 2곳의 교육기관에 몰려 있는 셈이다. 사실상 대한민국 건설기술인 교육이 독과점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건설기술인들은 교육기관 인프라 부족, 교육이수시기 부적절 등으로 법정 교육 미이수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A 건설기술인은 “기존 교육기관들의 교육수용 능력 부족으로 법정 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대란을 겪고 있다”면서 “교육수요 대비 교육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재 운영 중인 종합교육기관들은 건설기술인 자질향상 및 업무수행 등을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98년 구)건설교통부에서 지정된 비영리 기관들이다.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이들 종합교육기관 6곳 이외에 신규 교육기관 지정도 없고, 퇴출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기관들의 △교육의 품질 저하 △수요자들의 불만 증폭 △법정 직무교육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지고 있다며 건설기술인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열한 교육 경쟁’ 없는 교육기관들의 부실한 교육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B 건설기술인은 “건설기술인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건설기술 진흥 및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지만 기존 교육기관은 의무교육제와 독과점에 따라 공익적인 본연의 교육을 벗어나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시스템 대폭 손질 “교육기관 자율경쟁체제 전환해야”

이 때문에 건설기술인들은 교육기관지정제도를 자율경쟁체제로 전환하는 등 교육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때마침 건설기술인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기술인 교육훈련 관련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건설기술인들의 체감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설문조사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의무교육 폐지에 대한 의견(68.3%) △교육기관 자율경쟁체제에 대한 의견(79.5%) △협회의 종합교육기관 추진 필요성(71.7%) △기존 종합교육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53% 정도에 불과했다. 건설기술인 대다수가 현행 교육제도와 교육기관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분야에서 오랜 활동을 이어온 한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의 전환기를 맞이해 건설기술자 법정 직무교육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로 재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법정교육 커리큘럼 질 개선 △수요자 중심 교육체계 구축 △신규 교육기관 진입규제를 완화(지정제→등록제)하는 등 건설기술인들이 현실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토부 고위 퇴직자 텃밭 ‘교육기관’

건설기술자 수는 2002년(46만)에서 2017년(73만)으로 2배가까이 급증했는데 신규 교육기관은 ‘한 곳’도 늘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법칙상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국토부 산하단체들의 신규 교육기관 신청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국토부 ‘문턱’을 넘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건설협회는 전문교육기관을 신청하고, 올해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종합교육기관을 신청했지만, 이들 단체들에게 돌아온 피드백은 ‘거절’이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국토부와 특정 교육기관 간의 ‘유착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건설기술인들로부터 매년 엄청난 교육비를 거둬 들이고 있는 건설산업교육원과 건설기술교육원(이하 양 교육원)의 조직도를 들여다 보면 이러한 의혹의 궁금증이 깊어진다.

교육기관 중에서 ‘투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양 교육원에는 국토부 고위 관료 퇴직자 ‘K 씨’와 ‘J 씨’가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다.

건설기술인들을 교육을 맡고 있는 양 교육원의 교수진 역시 국토부 출신들이 대거 재취업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이 의심으로 바뀔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양 교육원 측에 국토부 출신 교수 채용 현황을 파악하려 접촉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 째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는 교육기관들이 국토부 고위 퇴직자들을 영입해 로비창구나 방패막이로 활용하면서 신규 교육기관의 진입장벽을 막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업계에서 파다하게 퍼진지 오래됐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