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주년 특별기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원장
‘글로벌’을 겨냥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창간9주년 특별기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원장
‘글로벌’을 겨냥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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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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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건설투자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인 -6.4%를 나타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0.6%를 기록해 2분기 연속 0%대 중반에 머물렀다. 건설투자 부진에서 비롯된 결과다. 정부가 SOC 예산을 감축한 영향이 크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5천억원 정도 적게 편성되었다. 생활SOC 투자는 올해보다 3조원 가량 늘었지만 소규모 도서관이나 문화시설, 체육시설 건립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밀착형 대형 토목투자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SOC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다만 경기나 고용 상황이 워낙에 나쁘다 보니 임시방편으로 SOC투자를 늘리겠다는 모양새다. 인프라 선진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와는 정반대다.

인프라 선진국들은 인프라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세계 1위, 2위의 인프라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어도 지속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노후 인프라와 관련한 미국과 유럽의 투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새로 개통된 홍콩의 ‘강주아오대교’가 화제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총 길이 55km(사업비 약 13조원)로 인천대교(18km)보다 3배나 길다. 세계 최장의 해저 침매터널, 세계 최장의 철골 다리몸체 등 기술적 측면에서 세계 기록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2009년 12월에 착공하여 약 9년 만에 완공했다. 홍콩과 주하이 혹은 마카오간의 차량 운행시간은 3시간 30분에서 30분으로 크게 단축되었다. 이 다리의 개통으로 홍콩과 마카오는 관광객 급증은 물론이고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의 지리적, 경제적 통합도 가속화될 것이다.

강주아오대교와 함께 지난 9월에 개통된 홍콩-선전-광저우 연결하는 고속철도(사업비 약 12조원)로 인해 초대형 통합경제권인 대만구(광둥성-홍콩-마카오 베이) 지역은 육로로 1시간 생활권이 되었다. 이제는 홍콩에서 출발하여 본토 44개 도시에 직통으로 닿을 수 있으며 앞으로 중국 곳곳을 여행할 때는 홍콩이 이상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홍콩국제공항(첵랍콕공항)도 2030년까지 지속적인 확장을 통해 연간 1억 230만명의 승객을 수용할 계획이다.

홍콩이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돈을 인프라에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다른 나라를 연결하는 ‘초연결자(super connector)’를 지향하고 있다. 인프라를 통해 단순히 물류만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역·금융·관광 등 모든 영역을 연결하여 경제적 과실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의미의 초연결자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인프라 개발이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인프라가 부족해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난 몇 년간 계속 세계 1위, 2위의 인프라 경쟁력을 보유한 나라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도시국가(City State)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가 아니라 도시에 한정하더라도 서울시의 인프라 수준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선진국이지만 ‘미래’와 ‘글로벌’을 보고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2위의 인프라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싱가포르나 홍콩은 지속적으로 도로, 고속철도, 항만, 공항 같은 교통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보다 한참 뒤처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마을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같은 ‘생활 SOC’ 투자만 조금 늘린다고 해서 인프라 경쟁력이 올라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미래’와 ‘글로벌’을 겨냥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