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골재 수급, 해당 지자체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특별기고] 골재 수급, 해당 지자체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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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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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지역에서 어민들이 해양생태계 파괴를 주장하면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다.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남해EEZ에서 바다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비상이 걸린바 있다. 골재 수급 문제가 심각했지만, 그동안 부산·경남지역에서 아파트는 쭉쭉 올라갔다. 그러면 골재는 어디에서 공급된 것일까?

부산·경남지역을 가보았다. 골재가 부족해서 아우성인데, 충북이나 경북 지역에서 덤프트럭으로 모래와 암석을 수백 km 운반하고 있었다. 전라도 지역에서 논밭을 걷어내고 채취한 육상모래도 넘어오고, 더 멀리 강원도에서 콘테이너로 암석을 구해다가 레미콘공장 인근에서 파쇄하여 골재를 만드는 사례도 많았다. 폐콘크리트를 재생한 순환골재도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풍화된 마사토나 건설잔토는 물론, 모래 비슷한 것들은 모두 활용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부실공사와 맞바꿀 정도로 바다모래 채취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전남대학교 수산과학연구소를 통하여 조사한 결과, 골재 채취로 인한 어업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 또. 2015년 군산대학교에서 수행한 서해EEZ 골재단지 어업피해조사에서도 골재채취지역과 비채취지역 간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2017년 해양환경관리공단에서 수행한 남해EEZ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최근 어획량 감소가 골재채취 보다는 기후변화, 중국의 불법 조업, 치어 남획, 폐어구 유령 어업 및 인접 국가와의 어업 협상에 따른 조업구역 제한 등 여러 요인에 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국의 선행 연구결과도 골재 채취와 어획량 감소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연안 해역에 70여개의 골재채취 허가구역이 있다. 2011년의 연구결과를 보면, 골재채취지역 근처의 입자성 부유물질농도 증가에 대하여 저서생물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이는 폭풍 발생 시 모래가 재퇴적되는 극한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후쿠오카현 바다모래채취전문위원회가 2006년부터 1년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탁류가 어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 약 25년 전부터 채취 해역과 미채취 해역을 비교할 때 어류의 생식 환경은 동등하며, 채취 후 움푹 패인 정도가 10미터 정도라면 어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정보의 왜곡도 존재하는데, 일부에서는 외국의 경우 바다모래를 인위적으로 규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바다모래 소비가 감소하는 이유는 정부가 규제하기 보다는 건설활동의 축소로 인하여 모래 수요가 줄어들면서, 굳이 바다모래를 사용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바다모래 사태는 이제는 수도권까지 번져서 인천 옹진군이나 충남 태안군의 바다모래마저 아직 채취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레미콘은 수요에 맞추어 여전히 공급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과 마찬가지로 부적합한 골재가 널리 확대되거나, 수백km를 운반하여 골재가 운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동안 처분이 어려웠던 경기도 여주시의 4대강 준설토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골재는 천연자원을 채취하거나 가공하는 것이다. 즉, 하천이나 석산, 바다 등 모든 골재 채취원은 어느 정도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 어차피 국가 건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국민이 어느 정도 불편을 인내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공식적인 조사연구결과마저 어민들이나 석산 인근 주민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부는 신뢰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떼법에 끌려 다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골재 수요가 매우 많다. 연간 4억톤을 넘고 있는데, 이를 15톤 덤프트럭으로 환산하면 2,600만대 분량이다. 365일로 계산하면 하루 7만여대에 달한다. 인구 1인당 소비량은 연간 8톤 규모로서, 미국 2.2톤, 일본 2.1톤, 영국 0.9톤 등에 비하여 4배 이상이다. 그 이유는 건설투자의 절대량이 아직 높으며, 아파트나 지하공간 개발 등 콘크리트중심의 건설 행위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량의 골재공급원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부실공사가 불가피해진다.

해양수산부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다양한 대체 골재원을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폐콘크리트를 활용한 재생골재는 품질에 한계가 있다. 산림골재는 민원이 많은 분야이어서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 골재의 수입(輸入)은 대량 공급이 어려우며,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 즉, 여러가지 대체 골재원을 살펴보면, 대량 공급이 어렵고 품질 확보도 쉽지 않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골재가 부족해지면서 200-300km를 운반하여 공급하는 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골재는 부피가 크고 중량도 무겁기 때문에 도로 파손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백 km를 운반하는데 소요되는 연료나 유류비도 심각한 환경 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골재는 가급적 해당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급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산·경남지역의 골재 수요는 해당 지자체 내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이나 인천 지역의 골재 수요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에서는 단기적으로 해역이용협의를 완료하여 바닷모래 공급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체 골재원으로서 해당 지역 내에서 산림골재 허가를 늘리거나 하천골재, 육상골재의 추가 공급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국토교통부에서는 연도별 골재수급계획, 그리고 매5년마다 수립하는 골재수급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해당 시・도의 골재 수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시・도내에서 채취허가 및 신고를 통해서 자체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적인 골재수급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해당 지역 내에서 실시되는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의 인·허가 시 불이익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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