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대비한 방어능력 갖춰야
이상기후에 대비한 방어능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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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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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5년전 인도네시아를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낸 쓰나미를 주제로 한 한국영화 ‘해운대’가 지난 여름 세간의 화제가 된적이 있다. 이 영화는 부산에 시속 800km의 초대형 쓰나미가 덮치는 상황을 가정하고 만든 재난영화다. 쓰나미라는 특수한 자연재해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 설정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퍽 닮았다. 영화 속에서 재난방재청이 지질학적, 통계적으로 쓰나미가 발생할 확률은 없다고 단언하나 결국 쓰나미가 몰려오게 되는데, 이 상황은 통계적으로 예전에 발생한 일이 없었던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그로 인해 기존에 사용하던 재해 예측 시스템의 분석을 100%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점 등에서 현실과 비슷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 특히 태풍, 국지성 집중 호우, 폭설, 이상 기온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기존의 데이터를 통한 확률 및 통계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잦아졌다.

최근 20년간 강수량은 7%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14% 감소했다. 여름철에는 호우 발생빈도가 크게 늘어난 반면, 겨울철에는 가뭄으로 인해 식수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이다. 이러한 극한 강우 특성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치수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지난 3~40년 동안의 댐과 제방에 의한 치수대책으로는 최근의 기상이변 같은 현상에 온전히 대응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책 마련의 시급함을 인지, 재해 유형별 위험성에 대한 분석연구가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이며, 특히 위험 취약 평가툴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홍수 위험취약 평가툴 및 치수대책 마련 움직임은 국내에도 있다. 우리원의 이상기후 대비 시설기준강화연구단은 각 지역별 홍수 취약성을 분석할 수 있는 GIS(위치정보시스템)기반의 ‘선택적 홍수방어 의사결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해마다 홍수위험지역을 광범위하게 계략적으로만 파악, 하천을 중심으로 제방 쌓기에 머물렀던 기존 홍수 대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지역별 지형 상태, 기후 상태, 사회-경제적 상태, 홍수방어시설물 상태 4개 그룹으로 취약성 지표를 구분하는 이 시스템은 소규모 지역 집중전략을 통해 홍수로부터 방어할 지역, 피해를 최소화 할 지역 등을 선택, 유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어, 점점 국지적으로 변모하는 이상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한다. 취약성 지표의 평가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혹은 사용 목적에 따라 재해에 대한 취약성을 방재 의사결정자가 예상할 수 있어, 변화무쌍한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맞춤형 홍수 시스템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나 지역별 취약성 지수 등 맞춤형 시스템을 활용해 대처한다면 피해는 얼마든지 최소화 할 수 있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와도 기민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와 우리의 대처 능력이나 취약성에 대한 분석과 같은 꾸준한 연구개발 활동으로 시스템을 고도화시켜 나가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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