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잠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애타는 건설업계”
[이슈] “잠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애타는 건설업계”
  • 이태영
  • 승인 2019.07.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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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한 법안 통과 촉구…위기의 건설산업 타계책 마련 시급

공사비 부족 따른 수익성 악화…건설현장 안전·고용여건 ‘빨간불’
순공사원가 기준 덤핑방지, 중소형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건협 “공사비 정상화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안 반드시 통과돼야"

지속되는 건설경기 침체속에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박명재(자유한국당)의원이 발의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이다.
두 의원의 개정안은 순공사원가 미만 가격입찰자 낙찰 배제와 300억원 미만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재위 법안소위에서 법안이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건설협회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건설산업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하고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주문하고 있다.

▲추락하는 건설산업 ‘위기감 고조’ = 건설업계는 공사비 부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해 건설현장 안전·고용여건 악화 등으로 산업기반 붕괴의 위기감 마져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건설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5년 5.9%에서 2015년 0.6%에 머무르며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10년간 공공공사 위주로 하는 토목업체도 1119개사가 폐업해 30.1% 감소했다.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공사로 지난 2017년 공공공사만 수행하는 업체 1000개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6.98%이며, 적자업체 비중이 3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공사비가 ‘예정가격 × 낙찰률’로 결정되는 구조에서 발주기관이 작성하는 예정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예정가격 산정기준을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한 결과, 12.2%나 하락하면서 현재는 실제 시공비에 근접한 상황이다.
예정가격이 떨어졌으므로 낙찰률이 올라가야 정상인데, 실제 낙찰률은 고정돼 있어 실질 공사비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300억이하 적격심사제는 80%∼87.8%로 17년간 고정돼 있고, 300억이상 종합심사낙찰제도 저가투찰 유도로 2017년 평균낙찰률(77.7%)이 덤핑문제로 폐지된 최저가낙찰제(약 7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건설업체들은 당장의 폐업을 피하기 위해 적자를 각오하고 공사를 수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 주요국의 공사비 수준(㎡당 건축비용)과 비교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주요도시 건설프로젝트 평균 이윤율도 서울이 3%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공공사비 부족…국민 안전 ‘빨간불’ = 공공공사비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 여파가 다방면에서 우려되고 있다. 공사비 부족은 저가하도급으로 이어져 노무비 부족에 따른 저임금외국인 근로자고용 확대로 내국인 일자리 감소 및 임금체불 증가를 야기한다. 
건설현장 산업재해 증가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 2009년 공공공사 산재다발현장(재해율 상위 10%) 조사결과, 과거 최저가낙찰제 현장 산재다발 발생비율이 일반현장의 14배 이상으로 조사됐다.
특히 건설고용 감소와 더불어 건설업 및 연관업계 전반의 경영을 악화시켜 결국 지역경기 침체와 국가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무리한 덤핑수주로 인한 시설물 부실위험 증가로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공사비 정상화 방안 법안 마련 = 건설공사의 덤핑방지를 통한 적정시공, 품질·안전제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정성호·박명재 의원)이 발의됐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순공사원가 기준 덤핑방지 조항을 신설했다. 국가에서 정한 ‘순공사원가’ 이상의 수준에서 공사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순공사원가(재료비+노무비+경비)는 공사의 적정한 수행을 위한 현장 최소원가 수준이며, 본사관리비(일반관리비) 포함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찰자의 투찰금액이 전체공사의 10∼13%를 차지하는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순공사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사실상 적자시공을 감수한 덤핑입찰로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순공사원가 미만 낙찰을 배제하거나, 100억원 이상 공사는 대통령령기준 충족시 순공사원가 3% 이내에서 경쟁토록 하되, 그 미만은 낙찰을 배제하도록 했다.
또다른 법안은 300억원 미만 중소형 공사의 대해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이다.
표준시장단가는 기 준공된 공사비를 조사해 산정된 실제 시공가격 개념의 단가(1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를 말한다. 따라서, 표준시장단가 적용 공종은 낙찰률이 100%에 수렴해야 해당 공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100억∼300억원 적격심사제 낙찰율은 80%로 고정돼 실제 시공단가인 표준시장단가 적용 공종은 일방적으로 20%가 삭감된 공사비로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특히, 이 구간은 중소건설업체 수주 영역으로 공사비 부족이 영세 하도급업체 등에 전가돼 건설공사의 품질 및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반면,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에서는 표준시장단가 공종은 99.7%이상 투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법안 통과 ‘더 이상 미뤄선 안돼’ =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건설업계는 일단 ‘숨통’이 트인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공사비 정상화로 얻어지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적정공사비 투입은 건설현장 산재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도 안전시설 확충 등으로 건설산재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 대책으로 적정공사비 반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노조도 안전사고 개선 등을 위해 공공공사의 공사비가 적정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같이 하고 있다.
또한 건설현장 근로자 임금체불 완화와 근로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전 산업 대비 건설업 체불액 비중은 16.6%(2366억원)이나 매출액 비중은 6.0%(162조원)로 산업규모에 비해 체불액이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 업종에 비해 국민연금, 건강·고용보험 적용이 미흡하고, 건설현장의 근로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근로자 복지와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공사비 지급을 통한 업체의 경영여건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
건설현장의 내국인 일자리 확대 여건도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낮은 소득수준, 비정규직 중심 고용관행 등에 따라 내국인력 취업이 줄면서 합법·불법 외국인 취업규모가 모두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불법체류 외국인력을 내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임금차액 상당의 공사비 보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도급 공사비 부족문제도 이번 법안 통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도급 공사비 증액분만큼 하도급 금액도 비례적으로 증액되면서 원하도급 상생문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