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 원장의 건강상식] 가을, 피해갈 수 없는 우울증
[정이안 원장의 건강상식] 가을, 피해갈 수 없는 우울증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9.09.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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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이구나, 싶으면 마음 한구석이 왠지 텅 빈 것 같으면서 묘한 감상에 젖어들게 된다. 남여를 불문하고 가을이면 이 가을병이 매년 도지게 마련이지만 대개 잠시 기분이 차분해졌다가 이내 자신의 생활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잠시 감상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늘 우울한데다 가을이면 더욱 깊이 우울함이 사무치게 된다면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憂鬱症, depression)”이 이미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 네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감정적인 질병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데, 남성이 열 명중 한 명이 우울증에 걸린다면, 여성들은 다섯 명중 한 명이 우울증에 걸릴 수 있을 정도로 여성에게 많다.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대개 재발을 반복하면서 만성으로 발전하고 우울증 환자의 15%는 자살까지 하게 되는 위험한 질병이다. 여성에게 우울증이 많은 이유로는 호르몬의 차이, 월경, 임신, 출산이 관여하기도 하고, 남녀간의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남녀간의 대처능력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의 뇌가 슬픔에 유난히도 민감하다는 연구보고도 있고, 생리와 임신, 분만 그리고 폐경이라는 특별한 호르몬의 변화가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여성에서 우울증이 많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또 다른 견해로는 우울의 원인은 뇌 속의 세로토닌 농도가 감소하기 때문인데, 뇌 세로토닌은 남성이 여성보다 53%나 높기 때문에 우울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고 항상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저절로 한숨이 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유 없는 공허함과 불안이 계속되고 매사에 절망적이며 무기력하고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자다가 자주 깨며, 입맛이 뚝 떨어지고 식사량이 줄어들고 쉽게 짜증나고 초조하며 어떤 경우에는 기분은 괜찮은데도 소화불량, 두통, 목과 가슴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 변비 및 설사, 성욕감퇴 등 몸이 여기저기 아픈 증상만 있기도 하다. 심하면 괜한 피해의식과 이유 없는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와 같은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금새 좋아지기도 하지만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 갱년기 우울증은 우울증상 외에 초조, 격정, 심한 건강염려증, 후회, 죄책감, 절망감, 편집성 성향, 우울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주로 성격이 강박적이고 양심적이고 융통성이 적고 책임감이 강하고 급하며 예민한 여성에게 잘 나타난다. 또한, 평소 우울증상이 전혀 없었던 젊은 여성에게 출산 후 4주 이내에 산후 우울증이 오기도 하며 수험을 앞둔 고 3, 취업을 앞둔 대학 졸업반 등의 특별한 입장일 때도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다. 가을이나 봄처럼 특정 계절에 과식, 끝없는 잠, 나른함, 집중력 상실, 우울감 등이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도 물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울증을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은 실내조명을 항상 밝게 유지하고 가능한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평소 가까웠던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은데 이러한 대화법은 정신적인 고립을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운동(수영, 볼링, 테니스, 골프...)을 한 가지 선택해서 배워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불면으로 고통을 받을 때는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잠이 올 때까지 산책을 하거나 무언가 다른 일에 몰두하도록 한다. 한방에서는 우울증상을 여섯 가지 鬱症 (氣鬱, 濕鬱, 熱鬱, 痰鬱, 血鬱, 食鬱)으로 나누어 진단하여 각 鬱症에 알맞은 처방으로 구성된 약재를 투여한다. 처방되는 약재는 대부분 울증을 해결하고 가슴속에 쌓이지 않도록 흩어버리게 하는 “개울(開鬱) 해울(解鬱)”의 효과를 내도록 해서 치료한다.

[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음식 ]

대추
대추의 은은한 단맛은 체내에서 진정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는 물론, 불면증 해소의 효과까지도 얻을 수 있다. 대추는 시간에 쫓기며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부작용 없는 ‘천연 신경 안정제’로 충분한 식품으로 실제 한방에서는 대추를 주재료로 한 감맥대조탕(甘麥大棗湯)이 여성의 히스테리를 다스리는 주요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대추에 파의 흰 뿌리를 넣어 함께 끓여 마시면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여성이 신경이 날카롭고 히스테리가 있을 때에 대추 10개에 감초 조금을 물에 달여서 마시면 신경질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대추의 단맛은 우유나 곡류에 함유된 갈락토오스, 수크로오스, 맥아당 등의 당분 때문에 생긴다.

라벤더(lavender)
‘허브의 여왕’이라 불리는 라벤더는 심신을 진정시키며 몸 전체의 신진대사를 향상시켜 현대인이 앓고 있는 스트레스, 두통, 불안, 불면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뛰어나다. 유렵에서는 예부터 라벤더를 만병통치약처럼 귀하게 여기고 사용해왔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라벤더 오일을 몇 방울 침대에 떨어뜨리고 잠을 청하거나 취침 전 목욕물에 라벤더 오일을 몇 방울 섞어 목욕을 하고 나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라벤더 잎을 끓여 차(茶)로 마시면서 상쾌한 냄새를 맡으면 우울한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도 라벤더 오일을 맡으면 없어진다.

(참고) 세인트 존스워트 St. John's Wort
: 서양에서 항균과 염증억제 작용으로 오랫동안 민간약으로 쓰여 온 허브의 일종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리효과가 뛰어나서 유럽에서는 우울증에 이 허브를 처방하고 있을 정도다. 히페리신(Hypericin), 히퍼포린(Hyperforin) 등이 주요 성분으로 이들이 주로 약효를 나타내는데, 가벼운 우울증 증세나 신경과민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감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초콜릿
초콜릿의 당분은 신경을 부드럽게 해서 피로를 없앤다. 피로할 때 안정이 잘 안될 때, 신경과민일 때 먹으면 효과적이며 미량의 카페인이 들어있어 중추신경을 가볍게 자극해 침체되어있는 기분을 밝게 해준다. 또한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카오향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인다. 그러나 초콜릿이 일시적으로 기분을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우울증이 더 심해진다는 보고도 있고 무엇보다 살이 찔 수 있으니 적당히 먹는 것이 좋겠다.

죽엽(竹葉, 대나무 잎)
죽엽은 대나무의 잎으로, 대나무의 시원한 기운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심장과 위장의 열을 식혀 주는데 아주 좋은 약재다. 우울증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불면증이 생길 때 죽엽을 먹으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고 잠도 잘 온다.
- 죽엽으로 차를 끓여 마시는 방법: 5∼6월에 딴 어린 대나무 잎을 찌고 말려 만든 찻잎을 90℃ 정도의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된다. 찻잎을 우려냈을 때 연푸른 대나무 색을 띠며, 은은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대나무 향을 음미할 수 있고 마셨을 때는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살짝 돈다. 죽엽이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하므로 열이 있거나 얼굴이 붓거나 입 안이 헐었을 때에도 효과가 있다.

양파
양파 속에는 ‘이유화프로필’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신경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비타민 B1은 몸의 피로와 신경피로를 회복시키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양파를 먹으면 피로가 회복되고 신경이 안정되어서 불면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불면증에 생 양파를 잘라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신기하게 잠이 잘 온다는 민간요법은 많이 알려진 불면증 치료법이다.

 

 

■정이안 원장한의학 박사로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50’, ‘내 몸에 스마일’,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등이 있다. www.j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