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입찰제도 ‘최저가낙찰제’ 폐지해야-대한건설협회 최상근 계약제도실 실장
후진국형 입찰제도 ‘최저가낙찰제’ 폐지해야-대한건설협회 최상근 계약제도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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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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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이코노미뉴스]‘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은 언제부터 유래되었을까? 고대 중국의 역사학자 사마천(司馬遷, BC 145~BC86)이 살았던 시대에도 이런 말들이 있었던가 보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倉實而知禮節), 군자가 부자가 되면 자신의 은혜를 베풀 수 있다(君子富好行其德)’고 역설하였다. 즉,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비로소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달동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매우 심각할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새벽 건설인력시장에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허다할 정도로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이처럼 서민들의 가계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장바구니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니 서민경제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건설현장 일자리 찾기가 어렵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요즘 건설현장, 특히 인력 사용이 많은 건축현장에서는 내국인 근로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2001년에 공공공사 입찰에서 최저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고 난 후부터 일어난 일이다.

정부 등 공공발주기관이 공사대금을 적정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지급하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기능수준이 좀 떨어지더라도 낮은 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할 수 밖 에 없다. 설령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더라도 임금을 더 올려줄 수 없는 형편이다. 곳간이 비어 있는데 인심이 나올 리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능수준이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다보니 도처에서 재해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부실시공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산업재해 다발 건설현장 31개소 중 29곳이 최저가로 낙찰 받은 현장이다.

결국, 공공시설물의 조잡 시공은 시민들의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도 있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논란은 선진외국에서도 있었던 모양이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연방정부 건설공사에서 최저가제를 폐기하고 건설근로자의 적정임금이 보장되고 공공시설물의 품질확보가 가능하도록 가격이외에 시설물의 가치실현과 공사수행능력 등 비가격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최고가치 낙찰제(Best Value)’로 전환하였다.

 영국과 일본에서도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최저가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시행된 지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그동안의 최저가제도 시행 성과를 분석해 보고 이점보다는 문제점이 더 커서 실익이 없다는 것이 확인 된다면 최저가제도를 과감히 폐기하고 선진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최고가치 낙찰제(Best Value)’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최저가제도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자국내 건설산업이 없는 나라에서나 사용하는 후진국형 제도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선진화를 위해 결단를 내려야 할 때이다.

 마침 국회가 나서서 최저가제도 확대를 중지시키고  ‘최고가치 낙찰제(Best Value)’도입 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조만간 논의할 예정으로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저가확대 중지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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