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밥그릇 지키기' 골몰한 건축단체 '구설수'
[데스크칼럼]'밥그릇 지키기' 골몰한 건축단체 '구설수'
  • 박기태 기자
  • 승인 2020.04.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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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이코노미뉴스] 최근 건축설계와 시공의 겸업을 제한하는 '칸막이 규제 완화'가 추진 중이다.

지난 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축설계와 시공의 업종 칸막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2020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건설분야에서 진입이나 영업활동 제한을 해결하는 규제로 건축설계와 시공의 겸업제한을 꼽고 있다. 그 이유는 건축설계ㆍ시공 간 겸업규제는 시공상의 비효율성과 건축설계분야의 기술반전을 막고 있다는 판단 하에서다.

이에 정부는 건축사법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건축설계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쪽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뒤돌아 보면, 설계ㆍ시공 겸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7년 규제개혁, 2005년 규제개혁안에서 '건설사가 건축설계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그동안 수십년 째 검토가 이뤄져 왔던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 만큼 뜸을 들인지 오래된 숙제이다.

현재 건축설계업과 시공업은 건축사법 이라는 높고, 단단한 벽에 막혀 실질적으로 겸업이 금지되어 있다. '건축사법'에는 건축설계업을 하려면 '건축사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여야 하고 해당업체의 대표자는 반드시 건축사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건축사에게 건축물 설계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건설업체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건축설계ㆍ시공 간 겸업규제는 시공상의 비효율성과 건축설계 분야의 기술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로 인해 건축설계업과 시공업의 동반 경쟁력 악화를 초래하고 있어 '겸업제한'을 시급이 풀어야 한다는 시대적 여론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때마침 정부의 이러한 규제개혁 추진 계획이 발표 됐지만, 건축단체가 일제히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면서 논란 거리를 스스로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사회에서 '내 밥그릇을 사수'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임은 말할 나위 없다.

문제는 건축단체들의 현실을 외면한 대응방식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건축사 회원들을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석정훈)가 총대를 메고, 유관 건축단체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는 '나몰라라'하며 집단행동 강행을 예고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있다.

국가 비상시국에도 건축단체들의 입신을 위해서 정부의 '건축설계 겸업 허용'이라는 재논의 '싹'을 애초에 짜르겠다는 '압박용 카드'로 점처진다.  그러나, 설사 정부가 이러한 정책에 대해 오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방법론은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는커녕 이기적인 단체로 낙인 찍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건축단체들은 '건축설계 겸업' 재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를 때 마다 매번 이런식으로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해당 이슈를 무력화 시켜왔다고 한다. 대화와 타협이 없이 늘 그렇게 무력(武力)으로 얻어 온 결과란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일 수 밖에 없는 방법으로는 안되는 세상이다.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 해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금 건축단체들은 "건축사, 변화의 중심에 서다! 변화하는 건축!, 진화하는 도시!"라는 캐치프레이를 내걸고 국민들에게 건축가로서의 시대정신을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캐치프레이가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인정 받기 위해서라도 건축단체들은 "건축물 설계 독점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는 오해를 이번 기회에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물질만능주의에 흠뻑 취해 있다'는 오해를 받기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세계 저명한 건축가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오늘날 바우하우스(Bauhaus)는 '예술가(건축가)와 공학자(엔지니어)'가 머리를 맞댄 새로운 형태의 예술교육기관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박기태 건설산업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