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김상수 회장 -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벼랑 끝에 선 건설업계
[특별기고]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김상수 회장 -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벼랑 끝에 선 건설업계
  • 이태영
  • 승인 2021.01.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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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김상수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로 벼랑 끝에 선 건설업계

그동안 건설업계를 비롯해 전 산업계가 나서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대한 우려와 읍소, 입법중단을 간곡히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가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는게 건설업계 입장이다.

이번 입법은 한쪽에 치우친 여론에 기댄 입법이다. 헌법과 형사법에 명시된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 원칙 등에 정면으로 배치됨에도 이를 무시하고 법을 제정하였다. 과도하고 무리한 입법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법은 우리의 삶을 규범 형태로 녹여내는 것이고 이를 감안한다면 일반상식과 법 원리에 맞게 제정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을 보면, 기업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망사고시 경영책임자를 1년이상 징역에 처하거나 10억원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년이상 징역과 같은 하한형의 형벌은 고의범에 부과하는 형벌 방식이다.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에도 이러한 형벌을 가하도록 무리수를 뒀다.

또한 기업에 대해서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으면서 사고방지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 이를 감안해 주려는 고려는 그 어디에도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형벌을 가하는 법을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사망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시행했다. 7년이하 징역 또는 10억원이하 벌금이다.

아직 시행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행성과를 보고 난 뒤에 법을 제정해도 늦지 않은데 어느 한 편의 여론에 밀려 강행한 것이다.

건설업은 업체마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도 10위 이내 업체의 건설 현장수가 업체당 무려 27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67개의 해외현장도 포함되어 있다.

현장에 상주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시스템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인데, 현장상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CEO가 개별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아파트로 눈을 돌려보면, 대형업체의 경우 아파트 현장이 상시 50개 정도 가동되는데, 1개 현장당 일 투입 근로자가 최소한 500~1,000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는 하루에 25,000~50,000명의 근로자가 투입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에 있는 CEO가 근로자 각각에 대한 안전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사고나면 처벌하겠다고 하니 막막할 따름이다.

이렇듯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기업이나 CEO 통제범위 밖에 있는 일로 처벌을 받아야 하니 불안해서 기업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기업의 운명을 운(運)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젠 사고나면 범죄인이 되는데 과연 살아남을 기업과 CEO가 있을지 의문이다

선진적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 EU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기업의 안전보건 투자재원 부족, 안전보건 역량ㆍ기술 부족 그리고 안전보건 정보의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고 제재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에서는 안전교육 및 안전관리시스템 비용, 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의 안전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안전증진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하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는 산재보험료 결정시 재해율 외에 재해예방대책 도입여부를 평가하고, 안전장비ㆍ유해환경 개선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으로 1999년 3억800만 유로(한화 약 4000억원)를 투입하여 최대 25.5%의 재해 감소효과를 거두었고, 폴란드는 안전조치 비용지원을 통해 70% 기업이 재해를 대폭 감소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건설업체들이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법령 준수는 물론 기업의 자율적 투자를 통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전사적 안전관리를 위해 CEO 주관 특별점검 및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 무재해 펀드(Fund) 조성, 안전체험학교 건립, 직책별 안전교육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지원을 위해 신규 협력업체 대표자 안전교육 및 협력업체 현장소장 직무교육, 안전우수 협력업체 포상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업계공동의 결의대회 등을 통해 기업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있고, 안전관리 역량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안전관리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업에 대한 처벌 위주의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럼에도 재해발생은 크게 줄지 않고 있어 정부의 처벌위주 정책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정책은 ‘사후처벌’에서‘사전예방’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현행 산안법상 처벌수위가 이미 세계 최고수준임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고사망자 감소효과는 낮은 것을 보면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책변경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균형을 잃은 법은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이번 입법은 충분한 논의 없이 시간에 쫓기듯 이루어진 것이므로 법이 시행되기 전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일반 다수가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위헌소지가 있거나 일반상식에 반하는 조항들이 너무 많다.

이 중대재해처벌법은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모태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법은 기업 CEO에 대한 처벌에 몰두한 나머지 영국 기업과실치사법에 없는 CEO에 대한 형벌을 두고 있다.

영국 기업과실치사법은 벌금형 만을 두고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도 CEO에 대한 형벌을 없애야 한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하한형의 형벌은 상한형 방식으로 고쳐져야 한다.

아울러, 사고예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면책해 주는 조항을 둘 필요가 있고, 과도한 안전ㆍ보건 의무 및 법인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등도 함께 고쳐야 할 것이다.

영국은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하는데 13년이나 걸렸다.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과잉처벌 등 법안의 문제점을 해소한 후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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