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퇴직 관료 ‘잔혹사’…“아! 옛날이여”
국토부 퇴직 관료 ‘잔혹사’…“아! 옛날이여”
  • 이태영 기자
  • 승인 2021.03.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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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협‧단체 상근부회장 ‘굴욕의 아이콘’ 전락
‘전관예우’는 옛말…역할 못하면 ‘보따리 신세’
‘천당과 지옥’ 오간 윤왕로 부회장…집행부와 불편한 동거

 

[건설이코노미뉴스] 이태영 기자 = 국토교통부 퇴직 관료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건설업계 양대 단체인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임원으로 재취업한 국토부 출신 고위 퇴직자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직 압박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협‧단체인 양 협회의 상근부회장 자리는 그동안 국토부 퇴직자들의 이른바 '인생 2모작'을 시작할 수 있는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눈치 밥' 먹는 처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종합건설업체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설립 이후 조직 내 서열 2인자 격인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본부장급 임원을 국토부 퇴직 인사들로 선임해 왔다.

이들 관료 출신들은 재취업 후 전문성을 활용해 대관업무 등 건설산업 정책 및 제도 발전 방향의 주요한 창구 역할을 맡으며 상당한 '전관예우'를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양 협회가 과거와는 대비되는 '국토부 출신 관료에 대한 처우'를 놓고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다.

본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의 경우 기획조정실 실장(1급) 출신인 정병윤 상근부회장과 국토부 서기관(4급) 출신인 이종인 산업본부장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정 부회장과 이 본부장은 제27대 유주현 회장 시절인 2017년 11월 함께 선임됐으나, 올 초 제28대 김상수 회장이 취임하면서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위기를 맞았다.

국토부 출신인 이들은 전임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면서, 김상수 현 회장의 협회 내 인적 구조조정 당시 퇴임 압박을 받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권고사직'에 해당되나, 그 이면에는 해고나 다름없는 '토사구팽形'에 비유되고 있다.

이들의 '굴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협회의 이 같은 인사 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 측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미 '보따리'를 싼 정 부회장과 이 본부장을 다시 불러 임기를 다 채우고 내보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편, 공석인 대한건설협회 새 상근부회장에 국토부 1급 출신인 'K씨'가 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임명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건설협회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건설협회 현 윤왕로 상임부회장 역시 김영윤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의 '불화설'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3년 임기를 보장받고 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한 윤왕로 부회장(국토부 1급)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이사회에 긴급 상정된 것.

그 배경에는 최근 생산체계 개편으로 인해 전문건설업계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지자, 협회 집행부가 그 화살을 윤 부회장에 돌려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심지어, 현 집행부가 윤 부회장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미 새 상임부회장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출신인 'K씨'를 물색해 놨다는 '사전 내정설'까지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오늘(31일) 열린 이사회에서 '부회장 해임의 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석자 39명 중 해임안 찬성 18명, 반대 19명, 기권 2명으로 ‘1표’ 차이로 부결되면서 윤 부회장은 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협회 집행부와의 갈등이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당분간 내홍은 쉽사리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산법 개정안 등 건설업계의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현안들이 대립하면서 국토부 퇴직관료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과거와는 다르게 역할에 대한 책임론도 불가피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