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책,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대기업 정책,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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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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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적 이슈에 대하여 좀처럼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정치권의 행태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사안에 대하여 견해를 달리하는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정치적 견해의 불일치를 흠 잡을 것은 없지만 상대방의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서라면 없는 꼬투리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익히 보아 온 정치행태이다. 그런데 근래 여야가 함께 의기투합하여 나서는 일이 있으니 바로 대기업 때리기이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의 기치아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을,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기 전인 한나라당 시절에 헌법 제119조제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정강정책에 반영했고 최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금지 등을 공약하고 나섰다. 재벌개혁이라는 큰 줄기에서 양당의 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좌클릭’으로 표현한다.

전통적으로 대기업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야당과 달리 여당까지 대기업 규제에 나선 것은 금년 4월과 12월로 예정된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일 것이다. 정치권의 좌클릭 행보의 배경에는 유권자 또는 국민들의 대기업 적대적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촉발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된 중산층 붕괴, 실업, 비정규직 증가 그리고 부와 경제력의 집중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 상대적 박탈감, 적대감이 폭넓게 확산되어 있다. 이러한 심리가 부와 권력을 가진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지만 자본의 역할에 대한 비판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Occupy Wall Street”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지난 2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의 화두도 “자본주의의 위기와 그 해법”이었다. 자본의 기능과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고뇌가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의 존재와 역할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난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판 일변도 분위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비판 정서가 특히 강한 것은 기업의 경영과 소유가 실질적으로 분리되지 않아 대기업과 그 소유자가 동일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과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시장 진출과 불공정거래를 불사하는 경영행태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 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담합사건 33건 중 20건을 재벌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재벌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감응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자본의 자기 확장성과 무절제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 또는 재벌 정책을 감정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 대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옥죄어 국민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충족시켜 표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경제민주화의 사회적 책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경영활동을 제약하기 보다는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거래과정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을 붙일 수는 있지만 불이 거세지면 통제할 수 없다. 홧김에 지른 불로 산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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