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제도의 바른정착을 위한 방향
국가계약제도의 바른정착을 위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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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0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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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진상화 영업기획파트장


우리는 각종 언론지상에 보도되는 사회적 갈등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한숨과 걱정,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과 개선책을 생각하면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갈등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자신들의 노력에 비해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고자 하는 모습이 숨어있지 않나하는 생각 또한 지울 수가 없다.


건설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수한 기술력과 이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수주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이들 업체가 건설산업의 발전을 이끌도록 하여야 하나,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과 미래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목표의식이 결여된 일부 이해관계자에 의해 경쟁력 있는 건설업체가 발전할 수 있는 선진건설 정책과 제도의 도입이 지연되고, 건설업체가 기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온실의 따뜻한 보호막을 배경으로 연명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기에 종업원들의 일감을 확보하고자 하는 열의가 타업종에 비해 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도 공정하게 역량있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가계약법령을 제정하여 운용중에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날 국가계약법령상의 입낙찰제도는 과거 40년 전의 그것보다도 못한 후진성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연간 75조원에 이르는 공공공사 발주물량 중 70% 이상이 최저가 및 적격방식으로 입찰이 집행되고 있으나 무늬만 최저가 입낙찰방식이지 운찰방식으로 전락되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입낙찰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계비 등 아무리 많은 입찰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예측가능하고 계획수주가 가능한 턴키공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간혹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되곤 하나,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 치유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단순히 설계심의방식 개정과 함께 행정처분이 약한 결과라 하면서 2진 아웃제 등 행정처분 강화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례를 통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이 책임시공 중에 있는 목포시 관로공사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시공 중에 공법하나 바꿨더니 9억원의 예산 절감과 3개월간의 공기단축, 그리고 시민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공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나 국내 민간 및 해외건설시장에서는 입찰 시에도 이같은 공법변경등 대안제시 허용이 널리 보편화되어 있다. 그 결과 입찰참가자격이 아무리 용이하고 최저가 방식으로 입찰이 집행되어도 입찰준비 과정에서의 치열한 기술 및 가격경쟁으로 실제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수는 스스로의 선택과 집중으로 최소화되고 소위 덤핑입찰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행 우리의 공공공사 최저가 및 적격공사 입찰 시에는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공법이 있더라도 절대로 반영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예산절감과 건설기술발전 효과가 아무리 커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턴키제도 보다도 용이하고 입찰비용이 저렴하며 시공 중인 공사 현장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현실을 입찰 시에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겠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창의적 대안제시가 허용되고 있는 최저가 Ⅲ 방식을 폐지하고 최저가 Ⅱ방식 중심으로 운용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최저가 Ⅱ방식으로 운용하게 될 경우 시장가격 형성이 불가능해져 덤핑이 속출할 수밖에 없고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대안제시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저가심의를 강화하다보면 또 다른 운찰 또는 저가심의의 불공정성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결과로 최저가 부문에서 계획수주가 불가능하게 되면 수주산업의 특성상 창의적 대안제시를 통해 계획수주가 가능한 턴키공사에 올인할 수밖에 없게 되어 최근에 개정된 설계심의 방식 등 아무리 심의 방식이 개선된다하더라도 심의과정에서 일부 사회적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될 수밖에 없어 그나마 민간의 창의력 발휘를 통해 건설기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턴키제도의 존폐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건설비용을 절감하고 예측 가능한 계획수주가 가능토록하며, 각종 건설부조리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공공사 발주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최저가 및 적격공사 입찰시 창의적 대안제시를 자유로이 허용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제도적 개선 없이 중소건설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위적으로 낙찰률 제고를 지향하다 보면 운찰로 모럴 헤저드 현상이 만연하게 되어 결국에는 견실한 중소건설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소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다시말해, 운찰에 의한 인위적인 낙찰률 제고가 아니라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한 적정 낙찰률 제고와 견실한 시공업체 선정은 건설기술 발전과 국가예산 절감, 그리고 건전한 사회질서 확립을 위한 지름길이며, 이는 최저가 및 적격 부문에서 선진국들과 같이 순수내역 및 대안제시 허용을 자유롭게 인정하는 글로벌 선진 국가계약제도의 정착을 통해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소건설업체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경쟁력 있는 대형건설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적정 낙찰률 확보로 품질시공이 가능하게 되며, 턴키 및 최저가 적정성 심의 및 건설현장에서 각종 부조리한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끝으로, 과거 어느 회사 해외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현장에 부임해서 일을 하다 보니 삼국인을 아국(我國)비자로 고용할 수 있는 쿼터가 충분히 있음에도 왠지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값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현지 회사를 통해 인력을 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삼국인 직원들이 고용불안으로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이 약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알선료 등 추가비용 지출로 회사에 많은 손실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관행이라는 명분하에 회사와 현장이 아닌 사적 편익에 따른 업무 수행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듯, 국가계약정책에 있어서도 진정한 개선과 혁신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제도개선을 왜곡하고 호도하다보면 건설산업 발전과 글로벌 국가계약제도 정착은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최저가 및 적격부분에서의 창의적 대안 허용을 통한 건전한 기술경쟁과 가격경쟁이 정착될 때 턴키부문에서도 설계통과방식 등 다양한 낙찰자 결정방식을 통해 턴키입찰 또한 성공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각각의 건설주체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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