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가을 태풍과 이상기후 대응
[특별기고] 가을 태풍과 이상기후 대응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22.09.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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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기후센터 신도식 원장

 

2022년 9월 초에 11호 태풍 힌남노는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태풍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했다. 보통 태풍은 적도 인근의 수온이 높은 북위 5~15도의 바다에서 발생한다.

2022년 올해는 필리핀 부근 서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는 라니냐의 영향 등으로 북위 20~30도에서도 수온이 31도까지 올랐다. 고온의 해수로부터 막대한 에너지를 받은 힌남노는 대만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이 커졌다. 그리고 대만 남동쪽으로 남하했다가 다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기괴한 태풍 경로를 보였다.

이후에 북쪽의 한기가 빠른 속도로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태풍의 북상을 막았고, 태풍을 동쪽으로 밀어내 경상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체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포항과 울산지역에서 북쪽의 한기와 남쪽의 난기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이 생성돼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컸다. 또한, 이 태풍은 울산 앞바다에서 동해상으로 나갈 때도 담장을 무너뜨릴 정도로 초속 약 40m(시속 144km)의 강풍을 유지했다.

기상·기후 전문가들에 의하면 향후 지구 온난화로 강도가 이전보다 센 9월 태풍(가을 태풍)이 늘 것이라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9월 태풍은 총 8개로, 7월(5개)과 8월(6개)보다 많았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는 태풍 발생으로 인한 호우 빈도와 인류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사이의 인과관계를 학술적으로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북서태평양의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를 과거 약 50년간의 데이터로 확인했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 중국 남동부 연안부터 한반도·일본에 걸쳐서 호우 빈도가 늘고, 그렇지 않은 남쪽 지역에서는 이 빈도가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인간의 활동·온실가스 배출로 진행되는 지구온난화가 태풍 발생 및 이로 인한 호우 빈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2100년까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되면 2040년대에는 한반도 기온이 현재보다 1.8도 상승하고 극한 기후현상도 21세기 중반 이후 심해진다고 한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 수준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된다면 2021년과 2040년 사이에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상승한다고 한다. 또한, 이 보고서는 극한 기후현상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은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당장 신뢰성 있는 기상·기후정보를 바탕으로 폭염·침수 등의 기후재난을 예측해 사람들이 미리 대피·대처할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지구온난화로 극단적 이상기후의 발생이 잦아지고 강도가 세어졌지만, 기상·기후에 대한 예측력을 높여 대응능력을 키움으로써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줄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9년까지 50년간 기후재해가 5배 증가했으나 사망자 수는 약 3배가 감소했다.

따라서 폭우 등 위험기상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그 위험을 미리 알려 대피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기상·기후정보에 바탕을 둔 조기 경보·대응 역량을 사회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 번에 상당한 인명·재산 피해를 주는 기후재난인 홍수·침수를 막는 사회기반 시설의 구축과 기존 시설의 점검을 도모해야 한다.

훌륭한 홍수 방재 시설도 예상치 못한 폭우로 역할에 한계가 온다. 따라서 저류조와 하수관로 등 홍수 방재와 관련된 사회기반 시설의 구축·관리에 기후의 변화·변동사항을 꾸준히 예측·반영해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2018년 환경부 자료)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탄소배출 저감·탄소 흡수를 위한 신기술 연구개발·기술의 현장 도입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의 제공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개개인은 풍요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연과 공존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1회용품과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에너지·자동차 이용을 줄이면서 걷는 생활을 늘리는 등 일상생활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