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토건족 그리고 4대강 사업
노가다, 토건족 그리고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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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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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을 바라보는 어느 착실한 중견 건설기업 회장이 직원들에게 엄격히 사용을 금지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노가다’다.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은 바로 건설산업과 건설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현대 건설산업의 역사를 대략 60년 이상으로 잡을 때 이 회장은 제1세대 건설인이다.
그의 말처럼 건설산업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반을 닦은 산업이다. 비록 그동안 끊이지 않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으나 대한민국을 위해 땀흘린 공은 몰라라 하고, 마치 ‘머리와 룰’이 아닌 ‘힘과 편법’으로만 움직이는 그렇고 그런 산업으로 보이기는 억울하다는 변도 일리가 있다.
설움이 많았던 건설인들은 건설산업이 제 위상을 찾기를 바랐으며 21세기 건설은 더이상 노가다산업이 아닌 첨단산업으로 거듭났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에 걸맞게 세계 속 건설한국의 영광이 재현된다 할 만큼 해외건설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1세기 한국 건설산업은 ‘노가다’보다 더 지독한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바로 ‘토건족(土建族)’이다. 토건족은 돈만 벌어들일 수 있다면 이유도 명분도 무시하고 어디건 파 헤치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족속이라는 뜻이다.
아파트 고분양가로 인해 건설기업에 대한 혐오가 심화되었다면, 4대강 사업은 그 혐오를 극으로 끌어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의 전개를 되짚어 보자. 2006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독일에 다녀오면서 독일 운하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도 이런 운하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 초 대규모 촛불시위와 함께 한반도 대운하도 이슈가 되었다. 국민의 70% 이상이 한국의 주요 강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연결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배로 돌아다니는 수로망을 건설하는데 반대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없었다. 이 대통령이 감명을 받았다는 독일 운하와 같이 건설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흘이 걸렸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국가이다. 물길을 만들기 위해 산을 뚫어야 하는데,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파고 콘크리트로 둑을 쌓으며 경사가 가파른 경우 중간에 보를 세워 물을 막아 경사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대공사는 자연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때마침 2008년 5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연구원이 양심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 양심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과 거센 반발앞에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대운하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2009년 11월 운하로 연결하려 했던 4대강에 홍수를 막고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강을 정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물을 가두는 대형 보가 16개나 된다. 강의 수심은 6m로 깊게 판다. 보를 세우면 물길을 막게 되고 강바닥을 파는 것은 홍수를 방지하는 것과 관계가 없으며 수질 개선은 커녕 악화될 것이라는 학계의 이의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상 대운하의 기초작업이라는 것이다.


건설기업은 4대강 사업이라는 대형국책사업에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에 끌려다니는 형세로 우왕좌왕 입찰하고 착공하였다. 4대강 사업은 수주난에 애타는 건설기업들에 모처럼의 단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대국민적 핫이슈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여느 국책사업과 다르다.


끝내 징계를 받은 건기연 김이태 연구원의 경고대로 만약 훗날 엄청난 환경적 재앙이 닥친다면, 복원사업을 하는 것도 건설기업일 것이다. 그때도 ‘수주난을 겪던 중 단비 만난 듯 ’ 할 수 있을 것인가. 김 연구원의 경고가 현실이 된다면 건설기업들은 토건족이라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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