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관련 연구원장에게 듣는다!] - 미래 건설산업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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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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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한국 건설이 글로벌시장에서 더욱 강해지는 방법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국내 건설 내수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상당수의 건설기업들이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다.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의 돌파구를 국내에서 찾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궁극적으로 한국 건설의 활로는 해외시장이다. 하지만 무한경쟁의 글로벌 건설시장 또한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 건설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흥국가의 후발기업 사이에서 국내 건설기업들의 활동 무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이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질 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선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제언해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글로벌시장에서 상품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국내 건설산업은 글로벌 신시장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다수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상품이다. 태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이 4대강 사업의 수행 경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5,000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물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한 것이다. 신상품의 개발과 신시장의 개척은 비단 물시장뿐만이 아니다. 국내 건설산업은 원자력발전소, 고속철도, 도심 지하철, 신도시 개발, 초장대 교량, 해저 침매 터널, 허브 공항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인프라 관련 건설 실적과 운영의 노하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 자산들을 글로벌시장 공략과 세일즈에 주효한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

신시장 진출에 있어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민관 협동과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건설기업들의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건설 외교 및 홍보, 공적개발원조, 금융 및 세제 혜택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 건설 공공기관 또한 그동안 수행해 온 발주기관으로서의 고유 기능에서 진일보해야 한다. 전문성, 발주 및 운영 경험, 높은 신용도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난관을 해결해 주는 도우미 즉, 조력자로서 공공기관의 역할 변신이 필요하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의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선진 건설기업의 활동 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벡텔과 PB는 글로벌 각 지역의 발주기관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다. CH2M Hill이나 PB는 세계 각 지역의 지역사무소 수만 150개를 상회하고 있다. 기업 규모 측면에서도 선진기업의 직업 수는 국내 대형건설업체를 능가한다. 벡텔은 52,000명, CH2M Hill은 23,000명, 제이콥스는 60,000명에 이르고 있다. 파슨즈는 세계 120개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기업 자체의 글로벌화 수준이 높다. 기업 스스로 중장기적 관점의 현지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건설 엘리트 인력 양성도 서둘러야 한다. 그동안 업계와 학계에서는 해외건설의 양적인 인력 확보에만 치중해 왔다. 이제는 양적 충족에서 질적 수준 확보를 논해야 될 시점이다. 기존의 학과 과정은 해외건설시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외 발주자들이 요구하는 인적 자원은 단편적인 공학 지식의 암기자가 아니라, 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창의적 문제 해결자이다. 글로벌 건설 기술 경쟁력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나머지 10~20%의 수준 차이는 창의력으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도의 기술력은 단순히 모방해서 따라 잡을 수 없다. 원천 기술의 확보 여부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역량에 기초하는 것이다. 공학적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건설 관련 정책 및 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화가 요구된다. 해외건설 현장의 실무자들은 건설산업의 호환성 부족 문제를 논한다. 해외의 제도 및 관행이 국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공사 담당자들은 성공적인 사업 완수를 위해서 필수적인 관리 분야로 계약 및 공정 관리를 꼽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도로건설 사업의 수행환경에서 계약과 공정은 우선 관리 대상이 아니다. 국내 건설사업에서 발주자를 상대로 한 클레임 제기는 무모할 수 있다. 국내 공공공사에서 단위 사업차원의 공정관리 필요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연차별로 배정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공사를 집행해야 하는 장기계속공사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의 적응력을 저하시키는 국내 법령 및 제도를 글로벌 기준과 부합하도록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설 수요주체의 집행 기준과 관리 목표가 글로벌화 되어 있지 않다면, 건설 생산주체의 역량 또한 글로벌 수준에 부합될 수 없다. 스마트한 발주자는 산업을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다. 건설기업 스스로도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핵심 상품의 발굴, 원천 기술의 확보, 현지화 확대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공학적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엘리트 인재 배출에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건설산업차원의 전방위적 노력이 세계 일류 건설기업을 양산시키는 토양을 조성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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