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 절반 "전세금 회수 걱정에 밤잠 설쳐"
전세 세입자 절반 "전세금 회수 걱정에 밤잠 설쳐"
  • 최효연 기자
  • 승인 2013.03.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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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LTV 폐지와 양도세 비과세 등 시행도 고려해야

[건설이코노미뉴스-최효연 기자] #. 직장인 A씨는 요즘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밤잠을 설친다. A씨는 지난 2011년 4월 4억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를 3억7천만원 주고 전세얻었다. 집주인이 당시 집값이 10억원을 웃돌아 전세금과 근저당금액을 빼도 2억원의 지급여력이 있다고 했기 때문. 그러나 최근 집값이 8억원으로 떨어지면서 A씨의 집은 깡통전세가 될지 모를 판이다. A씨는 “올해 4월 전세기간이 만료되서 나가려고 하는데 집주인은 다른 전세계약자가 나타나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집값은 내리는데 전세값은 치솟으면서 세입자 2명중 1명은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수도권 전세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전세가격 상승의 영향과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집값하락과 전세금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이 ‘그렇다’(51.7%)고 답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집값 추가하락시 보증금 피해가 우려된다’는 답변도 33.5%에 달했다. ‘불안하지 않다’는 답변은 14.8%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현재 보증금과 대출금 비중이 높아 경매처분시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큰 주택이 수도권에서만 19만 가구에 달한다”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계속 오를 전망이고 전세물건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세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세입자 5명중 1명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보증보험 가입 등 임차보증금 손실에 대비한 대책이 있는지’를 묻자 응답자의 21.3%가 ‘없다’고 답했다.
 
보증금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로는 ‘보증금 피해를 걱정할 정도로 집값이 떨어질 줄 몰라서’(52.7%), ‘방법을 잘 알지 못해서’(40.0%), ‘전세계약시 선순위 채권이 이미 있어 해보았자 소용이 없을 듯해서’(7.3%) 등을 차례로 답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전세값 급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계액이 집값의 70%를 상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세계약 체결시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대출여부와 규모를 확인하고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등의 보증금 보장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집값의 하방압력이 있고 주택구매 여력을 갖춘 사람들까지 전세거주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전세난을 해소하고 자금력이 약한 세입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거래가 살아나고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등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켜야 서민 주거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의 경제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부동산투기가 사라져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한다’는 답변은 33.7%에 그친 반면, ‘전세난을 유발하고 내수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답변은 그 2배에 달하는 66.3%가 나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실패’(30.4%), ‘여유있는 계층의 주택구매 기피’(23.0%), ‘불투명한 집값전망’(22.2%),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19.7%) 등을 들었다.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내집마련 지원 확대’(47.6%)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나, ‘주택임대사업 활성화’ 22.6%, ‘정부의 개입확대’ 15.5%, ‘주택공급 확대’ 14.3% 현행 내집마련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부족하다’(51.5%)는 답변이 ‘충분하다’(8.8%)는 응답보다 많았다.
 
불만사항으로는 ‘일반대출과 별 차이 없는 금리 수준’(44.4%), ‘까다로운 대출요건’(16.2%), ‘주택대출 소득공제 미흡’(15.4%), ‘현실과 맞지 않는 청약제도(13.9%) 등을 차례로 지적했다.
 
주택구입과 관련한 세부담을 묻는 질문에도 10명중 7명이 ‘부담감이 크다’(69.0%)고 답했으며‘별 부담을 못느낀다’ 31.0%,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에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취득세·양도세 감면’(28.8%), ‘주택구입 자금지원 확대’(20.9%), ‘주택 분양가격 인하’(16.8%), ‘수요에 맞춘 다양한 주택건설’(13.6%), ‘교통망을 비롯한 기반시설 확충’(10.9%) 등을 차례로 꼽았다.
 
한편, 세입자들은 ‘도심지내 30평대(공급면적 99~132㎡) 아파트’ 구입을 가장 희망하고 있었다.

구입하고 싶은 주택면적으로 세입자들은 ‘99~132㎡’(51.1%)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66~99㎡’(39.9%), ‘132~165㎡’(4.7%), ‘165㎡이상’(3.3%) 순으로 답했다.

선호주택형태는 ‘아파트’(58.8%), ‘단독주택’(17.0%), ‘연립주택’(16.6%) 순이었고, 선호입지는 ‘도심지’(43.5%), ‘신도시’(29.8%), ‘전원주택’(22.4%) 순으로 조사됐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새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면서 “부동산경기 침체가 심각한 만큼 이번 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중과제, 분양가상한제 등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는 것에 더해 임대사업자의 세부담을 낮추고 DTI·LTV 폐지와 양도세 비과세 등의 시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