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주고 제값받고 제대로 시공하자
제값주고 제값받고 제대로 시공하자
  • .
  • 승인 2010.04.30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계약제도실장
개인이나 기업, 정부 모두 항상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개인인 경우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먹고, 일하고,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번의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언제 일어나 무엇을 먹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옷은 어디서 얼마의 가격에 어떤 디자인의 옷을 살지 등 판단과 선택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간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제품을 어떤 품질로 누구에게 팔 것인지 얼마의 이윤을 낼 것인지 애프터서비스는 어떻게 할지 등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다. 정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경제, 사회, 교육 등 하루에도 수많은 정책을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개인의 잘못된 선택은 그 개인과 가족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잘못된 선택은 기업을 망하게 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다수의 국민에게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 고통은 바로 느끼는 경우도 있고 장기간에 걸쳐 느끼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정책 영향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역설하기도 한다. 그 고통은 일시적이고 고통을 극복하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장기적인 측면에서 당해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발휘된다면 해당분야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당해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로 국민에게 큰 고통만 주고 실패한 정책으로 분류되어 정책노선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이런 정책 중의 하나가 건설공사의 최저가낙찰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수차례에 걸쳐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최저가낙찰제는 저가낙찰 등의 문제로 포기하고 적정한 가격을 주는 입찰제도로 변경에 변경을 거쳐 지난 2001년부터 다시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해 현재에는 300억원 이상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입찰시점에서 보면 예산절감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총생애주기비용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예산이 낭비되어 국가와 건설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품질을 우선하고 그 다음 가격을 심사하는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하였으며 특히, 영국의 경우 1998년부터 시작된 Rethinking Construction 운동에 따른 성과에 따라 2000년대에 들어서 공식적으로 최저가낙찰제도를 전면 폐기하는 대신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최저가낙찰제 위주의 조달제도에서는 투자효율성(Value for money) 획득이 어렵고, 건설업계와 정부발주기관간의 적대적 관계로 인하여 저조한 성과가 초래되었다는 ‘영국감사원(National Audit Office)’의 지적에 따라 2000년대부터 최저가낙찰제는 완전히 폐지됐다.
2001년에 발표된 감사원(NAO)의 중간 평가보고서에서는 Latham보고서, Levene보고서, Eagan보고서의 핵심내용을 요약하여 영국건설산업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비용효과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전제되어야할 조건, 즉 ▷ 낭비 및 비효율성 요인제거를 위한 기획, 설계, 시공 등 건설생산 전 과정의 통합화(integration) 향상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 최종수요자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려 ▷ 발주자와 건설산업계간의 적대적 관계 및 접근방식개선 ▷ 최저가 위주의 낙찰을 지양하고 VFM 중심의 사업자선정 및 생애주기비용에 대한 고려 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도 1994년 이후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되었고 발주자는 적정한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아니면 공사를 맡기지 않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공발주자는 최소한 실공사비 이하로는 도급을 주지 않는다.
또한 일본의 경우도 2006년도에 덤핑수주로 공공공사의 품질확보 및 하도급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 공공공사 품질확보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해 오고 있으며 2009년 4월 부터는 저가심사 기준을 더욱 강화하여 현재는 낙찰율이 85%에 이르고 있다. 우리의 최저가 평균 낙찰율 73%와는 12%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겪었던 일련의 조달혁신 과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에서도 가격위주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입찰방식을 전환한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
건설업에서 오랜 기간 동안 CEO를 지낸 이명박 대통령도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다른 나라 국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경쟁 입찰에 부쳐져 최저가에 낙찰되면 그 걸 문제 삼아 철저한 감사를 벌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대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국회에서 발언했다고 회고했다.
최근 4대강 공사에서 50%대에 낙찰된 사례가 있는데 이는 역시 발주자의 안전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보듯이 사고는 돌이킬 수 없다. 성수대교는 ’79년 준공 이후 16년 후인 1995년 10월 붕괴되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됐다.
이 공사의 수주당시 낙찰률은 66.5%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리 사고발생 가능성을 최소화 시킬 수밖에 없다. 발주자는 제값을 주고 건설업체는 제대로 시공해야 사고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2001년부터 시행된 최저가낙찰제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최저가낙찰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발주자는 선진국처럼 저가공사에 대한 철저한 저가심의를 통하여 덤핑,저가낙찰을 배제해야하며 업체도 적정한 가격에 수주하려는 노력을 하여 제값주고 제값받고 제대로 시공하는 건설문화를 구축하여 건설업체의 기술력 향상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건설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