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회원사 대변자 역활에 '自省' 촉구
업계, 회원사 대변자 역활에 '自省' 촉구
  • 이태영 기자
  • 승인 2010.05.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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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건설업체의 해외건설공사 수주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의 '업계 대변자'로역할에 대해 관련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해외공사와 관련해 복잡한 실적신고 업무와 과도한 회비 납부 등 회원사에 대한 요구 사항은 늘고 있지만 협회로부터 받는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전언이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협회가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업무량 증대로 인해 회원사의 요구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적신고만 하다 '날샐판' = 해건협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해외건설수주 기성실적신고는 각 건설사 해외건설 담당자들에게는 기피업무로 통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복잡한 관련서류와 수주액 숫자 끝자리까지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
해외공사는 국내공사와는 달리 환율변동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수주액을 정확히 산정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공사 수주 실적신고를 할때가 되면 모든 업무를 접고 밤새 야근을 해야 할 지경”이라며 “환율변동에 따른 수주액 변화를 감안해 탄력적인 신고접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업계에서도 공사 1건당 7가지 내용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업무로 인해 불합리한 사무처리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해외건설촉진법상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는 부분이 있어 업계가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자주 생기고 있다.
결국 신고 누락으로 인해 과중한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경영부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회원사 서비스 지원은 '뒷전' = 해건협의 정보부재도 업계의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건설 신규 수주물량과 관련된 신속한 정보를 원하고 있지만 정작 해건협에서는 이를 뒷밧침해 줄 인적 인프라 등이 제대로 갖춰 지지 않아 오히려 업계 스스로 수주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원사들은 해건협이 지원하는 해외수주동향이나 통계자료 등과 같은 기본적인 자료만 가끔 활용할 뿐 수주에 실질적인 도움을 되는 자료는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해외현지에서 근로자채용과 외국어, 숙박, 교통 등의 문제도 참여업체들 스스로가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회원사들이 받는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최근 통상회비도 2.6/10000에서 3/10000으로 오르는 등 비싼 수수료를 내는데 비해 협회로부터 지원받는게 너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수주시장에 대한 업데이트가 상당히 늦어 협회를 통해 해외 新시장에 대한 정보 등 최신정보를 얻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나마 국내업체끼리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조율을 해주는 역할말고는 협회에 기댈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외 新시장 진출과 외국 정부가 발주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협상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신도시 등 규모가 큰 공사에 대한 가이드와 정부간 MOU 체결 등을 유도해 민간기업 활동에 대한 협조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낙하산 인사'로 얼룩진 협회 = 해건협은 건설단체총연합회에 가입한 협회중 유일하게 회장과 상근부회장 모두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현 이재균 회장은 국토부 2차관을 역임했으며, 원인희 상임부회장도 국토부 기반시설본부장을 거쳤다.
해건협은 전 회장인 대림산업 이용구 회장을 시작으로 회원사 대표가 회장직을 수행키로 했지만, 적당한 후임자 물색에 실패해 또다시 국토부 출신인사를 협회 수장으로 맞게 됐다.
한때 해건협 회장직은 국토부 차관 자리라고 할만큼 국토부 퇴임관료들이 연이어 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해건협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해외건설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데에는 이같은 낙하산 인사가 주요인원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결국, 퇴직관료들이 책임 의식없이 임기만 채우다 나가는 일들이 빈번해 지면서 정작 해건협은 이름에 걸맞는 '명실상부'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건협이 건협 산하단체라고?" = “해건협이 대한건설협회(이하 건협) 산하단체 아닌가요?” 최근 한 건설사의 해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해건협에 실적신고를 하고 다시 실적증명을 발급받아 건협에 국내실적과 함께 신고하기 때문에 같은 단체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건협은 과거 해외업무를 담당하던 건협 국제과가 해체되면서 건설수출진흥원으로 다시 태어났다가 지난 1976년에 해외건설협회로 정식 출범했다.
이후 해외건설촉진법이 만들어 지면서 국내업체의 해외건설 진출 지원 업무를 담당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협이 주도적으로 각 나라와의 MOU체결을 비롯해 이포카(IFAWPCA) 참석 등 해외건설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해건협이 업무 영역을 둘러싸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건협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정보와 공사참여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건협으로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소업계도 건협의 '글로벌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해외공사 업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통합론“급부상”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주택·건설관련 단체들이 왜 이렇게 많냐"고 말한 것이 확대 해석되면서 건설단체 구조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건단연 산하 단체들간의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협회의 통폐합 문제는 간혹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각 건설관련 단체 통폐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건협의 경우 업계 일각에서는 “건협으로 흡수되어야 할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협에 해외건설팀 하나만 만들어도 해건협이 하고 있는 해외지원업무는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실적신고도 이원화하지 말고 창구를 일원화해 회원사들의 편의도 도모하고 회비부담도 줄였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강조했다.
해건협은 또 해외 플랜트 실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플랜트산업협회와의 통합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어 해건협의 거취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