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보물창고, 열쇠는 ‘길’에 있다
산 속 보물창고, 열쇠는 ‘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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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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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송 강원대학교 대학원장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항상 빠지지 않는 풍경이 있다. 바로 '푸른 숲'이다. 40여 년 전 우리가 심었던 나무들이 이제는 많이 자라 산을 가득히 채우고 크기도 제법 커졌다. 그만큼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도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산림 구조를 살펴보면, 수령이 21~5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전체 산림면적의 80%로 목재생산이 가능한 시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국내 목재소비량 중 83%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쓸 자원은 많은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해외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산림자원을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에는 길, 바로 임도(林道)가 부족하다. '임도'란 흔히들 생각하는 등산로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산림을 경영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림 내에 설치하는 길을 말한다. 이런 임도가 있어야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기 위한 임업기계나 트럭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임도는 얼마나 있을까?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ha당 2.9m, 즉 축구장 하나 크기 면적에 대여섯 걸음 정도 길이의 임도가 있다. 일본 13m/ha에 비하면 반의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며, 독일 46m/ha, 오스트리아 45m/ha와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임도로는 전체 산림의 12%에서만 목재생산이 가능하다.

임도가 필요한 이유는 에너지 활용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숲을 가꾸거나 벌채할 때 떨어지는 잎이나 가지 등의 산림 부산물은 우드칩, 펠릿 등의 원료가 되며 신재생 에너지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그 가치를 알아도 수거·운반비용이 비싸 산림부산물의 47%가 임내에 방치되고 있다. 임도가 충분히 있어 이 부산물들을 제대로 수집·활용할 수 있다면 목재자급률 향상에 따른 외화절감은 물론 탄소 절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임도의 사회적 효과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총인구 중 91.58%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거주 불편과 낮은 소득 등을 이유로 농산촌을 떠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임도는 이러한 산간마을의 교통개선으로 산촌주민 편익 및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즉, 임도의 확충을 통해 오지였던 농산촌에 대해 접근성이 높아지고 각종 산림 사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거니와 청년인구 및 귀농인구가 유입될 가능성이 열린다.

이외에도 임도는 산불·산사태·산림 병해충 등 산림재해 발생 시 신속한 접근과 대처를 가능하게 하여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시켜준다. 최근 들어서는 산책로·산악자전거 등 산림 휴양·산악스포츠에도 활용될 수 있어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는 40여 년 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설되어 관련 산업 및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고,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산업 고도화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임도의 시설도 목재산업 및 농산촌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산림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산림부국, 산림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임도 시설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예산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며, 임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또한 함께 높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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