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주년 특별기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
미래 한국 건설시장 어떻게 변화할까
[창간6주년 특별기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
미래 한국 건설시장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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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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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주년 특별기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

미래 한국 건설시장 어떻게 변화할까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밀접한 연관 요소의 하나로 건설활동을 꼽을 수 있다.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도로, 항만, 철도, 교량 등의 사회기반시설(SOC)이 건설활동을 통해 구축되기 때문이다. 건설활동은 건설투자 흐름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기인 1980년대 후반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건설투자가 급증해 GDP 대비 20%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성숙기라 할 수 있는 외환위기 이후 급락하여 현재는 약 14% 수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연구 분석에 따르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20년에는 11% 수준, 2030년에는 9%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선진국들이 평균 11% 수준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선진국형 시장으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선진국형 건설제도의 구축과 선진국형 건설기업으로의 변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국내 건설시장이 양적으로 선진국형 시장으로 변모하는 동안 질적으로는 어떠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될까. 국내 건설시장 질적 변화의 3가지 축은 첫째, 신축 위주에서 유지보수 위주로의 시장 전환, 둘째, 신축 시장의 축소와 질적 변화, 셋째, 운영(O&M) 시장의 본격 등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국내 건설시장은 2020년 이후 신축 시장은 본격적으로 축소 쇠퇴하기 시작하고 주택 리모델링, 도심 재생, SOC시설물의 유지보수/재건축 등과 관련한 유지보수 시장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 건설투자는 1990년대에 가장 활발히 추진되었는데, 당시 신축된 수많은 시설들이 2020년 이후 준공된 지 30년이 경과하면서 앞으로 유지보수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수요는 예산 제약으로 인해 곧바로 건설투자 내지는 건설시장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주택이나 아파트의 노후화도 심화될 것이다. 현재 주택 재고의 50% 이상이 아파트인데 아파트의 거의 대부분이 1990년대 이후 공급된 관계로 2020년 이후 재건축 대상이 된다. 단,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들의 용적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는 것과 신규 주택수요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재건축 사업성이 있는 아파트는 서울과 지방광역시 주요 지역 아파트로 한정될 것이다. 리모델링의 경우도 사업성이 담보되는 아파트는 몇몇 지역으로 국한될 것이며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저비용 리모델링 아파트시장이 본격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신축시장의 축소 및 질적 변화와 관련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공공시장의 경우 예산 제약이 있는 가운데 2020년 이후 기존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투자가 급증하게 됨에 따라 신축 공사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민간자본을 활용한 공공시설의 신축과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정부 정책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택시장 역시 향후 신규 주택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7천∼8천호씩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신규 주택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주택 신축시장은 고객 맞춤형 소량 공급체제로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2020년을 전후해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택 다운사이징 수요가 국내 주택시장에 큰 파급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운영 시장의 본격 확대와 관련해서는 주택의 경우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하면서 큰 호응을 끌고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사업(뉴스테이)과 더불어 임대주택관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할 것이다.

SOC 시설의 운영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민간자본투자 증가, 지자체 시설의 민간 위탁관리 및 민영화 등의 흐름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건설기업의 SOC 시설 운영시장에의 진출은 해외 신흥국 진출과 연계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국내 건설기업의 매출 순위는 국내 건설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신흥국 시장 진출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바뀌게 될 것이다.

앞서 말한 3가지 관점 외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통일이다. 중장기 건설시장의 변화에는 통일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통일 이후 남한 건설시장은 성숙기 시장 특성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성장기 북한 건설시장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은 건설투자가 급증할 수 있으나 이후 둔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상의 여러 가지 사항들을 종합해볼 때 2030년의 국내 건설시장은 선진국 건설시장과 유사한 면모를 보이면서 건설에 대한 투자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생활과 국가 전체적인 산업의 성장에 있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건설 수요의 양태가 많이 변화하면서 건설산업의 사업 범위와 내용이 변모되는 것일 뿐 건설산업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건설기업의 과거와 같은 사업 추진방식과 생산, 영업 및 마케팅, 인사·조직관리 등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설산업은 혁신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부응하는 건설산업의 역할과 양적·질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방향에 맞추어 건설생산의 고부가가치 실현을 위한 기술개발, 건설기업의 사업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건설기업들의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장려하고, 건설산업의 변화에 적합한 방향 제시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해주어야 할 것이다. 공공 발주기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변화하는 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물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주기관들이 보다 역량을 갖추고, 우수한 고기능화 및 고품질의 시설물 공급을 위하여 발주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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