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ㆍ중소업체들에게 울고 웃었던 '한해'

남양건설 (주) 유 현 이사

2010-01-06     .

 

2009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건설환경, 제도면에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특히,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공사 조기발주 및 선금 지급은 업체가 발주처에 감당 못할 선금을 사양하는 상황까지 가는 진풍경이 연출될 정도로 많은 활력소가 되었다. 그러나 업계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과는 별개로 체감지수 아래에 있는 중소업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작지 않았던 것 같다. 상위 20%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발생시킨다는 이른바 “8대2법칙”으로 불리는 파레토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부분의 수주고가 대형사의 창고에 쌓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견, 중소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은 크지 않았다.

 
그마저도 지역 내의 양극화가 확연히 드러나서 올해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중견, 중소업체들의 한숨 섞인 호소도 유난히 많았다. 물론 4대강처럼 공사의 긴급성에 기인한 대형공사의 동시 발주도 많았지만,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160건에 이르는 22조원의 공사가 T/K방식으로 집행 된 점은 발주 방식의 타당성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 같다 . 그 중 다행은 4대강에 한해 정부차원의 지역의무공동도급(T/K:20%, 최저가·적격:40%)이라는 배려를 받은 활동력 있는 지역 업체들은 살짝 표정관리를 할 정도의 수주는 했다는 점이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30조를 웃도는 대부분의 중견업체들의 참여시장인 최저가 공사의 낙찰 여부가 건설업계를 들었다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수익성 없는 낙찰율이다. 22개의 4대강 최저가 공사의 총 낙찰액은 예산액 대비 55%인 9,473억으로 평균 낙찰율이 62.99%다. 공사를 수주한 기쁨도 잠시고 강화된 보증제도 때문에 보증서 발급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 업체들이 많았다.


금년 초 건설사 워크아웃, 부도 등의 이유로 최저가 낙찰공사에 대한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인수 거부제도가 도입됐다. 저가낙찰 방지를 위해 보증거부율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업계 낙찰율은 변동이 거의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일방적인 보증거부율에 대한 업계의 원성만 커지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업계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조합이기에 보증거부의 취지는 살리되 건축 72%미만, 토목 68%미만이라는 일방적인 기준보다는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야 한다. 발주기관별로 설계단가 자체가 상이한 실정이므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공사성격별 평균낙찰율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보증서 발급 후 공사이행실태 점검절차(발주기관 확인)등을 통해서 재발급 여부를 심사토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중견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올 3월26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대통령보고 후속조치인 기획재정부의 ‘계약제도 개선 추진위원회’ 안건들이었는데, 이는 내년까지도 맘 놓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중견업체들 의견에 사전에 귀 기울이는 정부의 포용력에 감사를 드리지만, 보금자리주택부터 출발한 검증되지 않은 직할시공제는 비용증가 및 행정력 낭비, 책임회피라는 과제를 해결하고 시행해야 하고 검증없는 P.Q변별력 강화 및 무리한 순수내역입찰제에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올해 하반기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T/K제도의 투명성, 공정성 확보를 위한 T/K시스템의 변경이었다. 전체적인 체감지수를 충족시키진 못하지만 심의위원 Pool이 3,0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어들고 해당 전문분야만 평가하는 중앙정부상설심의기구 설립, 평가위원 및 평가결과를 사전 공개하는 개편안에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전 시스템에서는 T/K시장을 엄두도 못 내던 업체가 갑자기 바뀐 시스템에 자신감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보완도 요구된다.


올해 기억나는 또 하나의 핫이슈는 워크아웃 선정업체들의 눈물이다. 사업확장을 위해 세웠던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이 지축마저 흔들리는 경기위축에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형 중견업체들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이 더 했던 것 같다.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내년엔 같은 자리에 앉았으면 한다.
이외에도 조달청의 공종별유자격자의 기준인 시공능력평가액 금액이 합리적으로 조정돼 해당등급의 수주물량이 상향된 점은 내년에도 계속 검토해 줬으면 하는 바람직한 개선이었다.


마지막으로 내년은 P.Q기준 및 최저가 낙찰자 선정방법, 세미순수내역입찰제로 인해 공사 수익성은 더 떨어지고 입찰환경은 큰 변화가 예고 되고 있다. 현실을 감안한 제도개선을 통해 내년엔 견실한 중견·중소업체들의 건강한 웃음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