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대, “체불 개선효과? 글쎄…”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대, “체불 개선효과? 글쎄…”
  • 이태영 기자
  • 승인 2016.06.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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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자와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체 간 체불이 더 문제
건산연,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제도 문제점’ 보고서 통해 밝혀

[건설이코노미뉴스=이태영기자] 건설업체 하도급 대금 직불 확대가 하도급 체불 개선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하도급대금 체불이 하도급자와 건설근로자 및 자재·장비업체 간에서 많이 발생함에 따라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대는 체불 개선에 효과가 없다"고 7일 밝혔다.

실제 서울시 하도급부조리신고센터에 따르면 작년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 공사대금 체불 발생건수는 15건(6.3%)인 반면, 하도급자와 자재·장비업자 및 건설근로자 간 발생건수는 무려 222건(92.9%)에 달했다.

또한 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현장 및 공무담당자 19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시장 상황에 부적합하다(67.9%) △발주자 및 원도급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44.2%) △대금체불 관행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24.2%) 등의 이유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대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에서는 체불의 원인으로 △하도급업체의 귀책(56.9%) △하도급업체의 불성실한 행위(18.3%)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공사대금 체불 개선효과와 관련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17.5%) △도움이 되지 않는다(39.7%) 등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체불 개선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구체적 원인에 대해서는 △대금 체불문제가 하도급업체와 2차 협력자(건설근로자 및 자재·장비업자)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39.5%) △하도급업체의 재정능력 부족으로 체불이 양산될 가능성 때문(27.7%) 등으로 답변했다.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확대에 따른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공사대금 체불의 양산으로 원도급자의 대위변제 등 선의의 피해 확대'가 61.6%, '하수급인의 관리·감독 약화에 따른 시공효율성 저하'에 30.5%가 응답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제도는 원도급자의 파산과 같은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 건산법과 하도급법을 통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제도인데, 공정위와 기재부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을 모든 건설공사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관련 법령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또한 "제도가 확대 시행될 경우 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 전반에 대한 책임을 위임받은 원도급자의 경우 하도급자, 건설근로자 및 자재·장비업자 등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져 공사관리의 비효율이 초래될 우려가 크다"면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을 일반화하여 확대하는 것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발주자 및 공사 감독관의 감시·관리·감독을 보다 내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도급 대금, 노무비 등 공사대금과 관련한 체불의 문제는 부실·부적격업체에게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부실·부적격 업체에 대한 퇴출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