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포럼 긴급좌담회]"면목없습니다"..."건설산업 총체적 대수술 필요"
[E&E포럼 긴급좌담회]"면목없습니다"..."건설산업 총체적 대수술 필요"
  • 박기태 기자
  • 승인 2023.08.30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건설관련 4곳 협회 발족 'E&E포럼', 건설현장 붕괴사고 긴급좌담회 개최
이복남 서울대 교수...작업실명제 도입ㆍ민간주도 (가칭)'한국건설선진화위원회' 구축 등 제안
민간주도·기술중심 건설산업 혁신,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건설시스템 및 입낙찰 제도 총체적 개편 필요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토론자들이 지정토론을 벌이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토론자들이 지정토론을 벌이고 있다.

[건설이코노미뉴스]"면목이 없습니다. 최근 발생한 건설현장 붕괴사고에 대해 건설기술인들은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설계·시공·감리 등 총제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E&E포럼 공동대표)>  

국내 건설관련 협회들이 모인 E&E포럼(Engineering & Engineers Forumㆍ이상호 운영위원장)은 2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를 열고, 통렬한 자성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기본이 혁신이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날 [긴급좌담회]에서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최근 부실시공 사례와 한국건설에 대한 긴급 진단'이라는 기조발제를 발표했다. 발제문에는 광주광역시 학동 철거현장(2021년 6월),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2022년 1월), 인천광역시 검단 주차장(2023년 4월) 등 잇따른 붕괴사고에 "국민들이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부실시공 재발 방지를 위해 건설산업 전 분야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복남 교수는 한국건설의 성장 과정 및 현안을 먼저 짚었다. △비판 받는 낮은 생산성(고비용ㆍ저효율) △눈높이와 차이 큰 건설현장 △고작화된 3不(부정ㆍ부패ㆍ부실) 등으로 건설산업 이미지는 더욱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종된 공학기술(다단계하도급으로 공학기술의 주체 실종) △보이지 않은 시스템(법과 제도 만능으로 사업단위 규칙과 절차 실종) △부실공사와 사고 시 마다 반복되는 희생양 지목(조사결과는 언제나 총체적 부실, 반창고 땜질) △실정된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 실종 등이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교수는 민간 주도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해 4대 슬로건을 제안했다". 해당 슬로건은 ▲기본으로 돌아가자  ▲건설의 가치를 복원시키자 ▲건설을 건설답게 만들자 ▲직업 윤리를 복원시키자 등을 제안했다.

특히 민간 주도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위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건설현장에 작업실명제 도입(단기) 및 중장기로는 국가차원의 건설비전과 목표, 전략 수립을 민간이 주도하며 건설이슈를 어느 한 부처가 아닌 국가ㆍ산업차원의 이슈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건설을 대표하는 민간주도의 가칭 '한국건설선진화위원회'를 구축해 한국건설의 "국가 건설비전, 목표, 전략수립"을 위원회 주도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인 2023년보다 25~30년 후의 한국건설이 미래에 가야할 모습 설계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한국건설의 미래를 위해서 건설산업의 총제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긴급좌담회에서는 기조발제에 이어 한승헌 연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산ㆍ학ㆍ연 등에서 대표로 나온 토론자들은 △공학기술이 실종된 현장의 생산시스템 정상화 △발주자의 관리 감독과 공적 책임 강화 △공정한 입낙찰제도 확립 △엔지니어링과 엔지니어가 주도하는 산업구조 전환 △지속적인 건설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구심점 마련 △건설기술인의 직업윤리와 소명의식 등 건설 전 과정의 혁신을 위한 6대 과제를 제안했다.

토론자로는 유정호 광운대 교수  진경호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수진 한미글로벌 이사  김영암 대흥종합엔지니어링 부사장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  김형석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부회장  김선미 한국여성건설인협회 부회장  손동우 매일경제 차장 등이 지정 토론을 펼쳤다.

E&E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고들은 현장에서 ‘기본’을 소홀히 한데서 발생했다”며 “건설업계와 기술인들의 자기반성과 건설산업을 재정립할 수 있는 모티브를 찾아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좌담회 취지를 밝혔다.

이상호 E&E포럼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포럼은 좌담회에서 제안된 의견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후속 토론회, 자료집 발간 등 정책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산업 구조 혁신을 위한 정책플랫폼 역할 수행에 목표를 둔 'E&E포럼'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회장 이해경),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석정훈),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회장 송명기), 한국건설기술인협회(회장 윤영구) 등 엔지니어링관련 4개 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포럼으로, 지난 5월 발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