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공정위 탄원서 전문
대한건설협회 공정위 탄원서 전문
  • 이태영 기자
  • 승인 2016.04.1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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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공정거래위원장님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촉진과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위원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주지하시고 계신 바와 같이 최근 국내 건설산업은 장기간의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물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산업의 기반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원사업자인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극심한 경영애로를 버텨내지 못하고 지난 수년간 업체수가 10% 이상 감소하는 등 말 그대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월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체 공공공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공사에 대하여 하도급대금을 직불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현재 건설업계는 충격과 대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귀 위원회의 하도급대금 직불 확대 계획은 원사업자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할 것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규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제도적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정책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모든 공공공사에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이 의무적으로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효율만 초래합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에서는 수급사업자의 대금 지급을 보장하는 지급보증제도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든 공공공사에서 원사업자가 보증기관을 통해 대금지급보증을 이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상당수 공공기관 및 지자체에서 대금체불 방지를 위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습 체불건설업자를 심사ㆍ공표하도록 하는 등 하도급대금 지급 확보를 위한 폭넓은 제도들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중, 삼중의 하도급대금 보호 장치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 제도들의 집행력 확보에 대한 고민 없이 불확실한 근거에 의해 대다수의 원사업자를 체불 혐의업체로 단정 짓고 모든 원사업자에 대하여 하도급대금 직불 제도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행정 편의만을 위해 사인간의 정상적인 거래 관계를 해치는 처사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2.하도급대금 직불 의무화 정책은 2차 협력자 등에 대한 대금체불 방지에는 효과가 없는 방식입니다.

건설사업에는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외에도 수많은 자재ㆍ장비업자 및 근로자들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이번 정책은 오로지 수급사업자의 대금 보호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균형 감각을 상실한 정책입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하도급대금보다 근로자 노임 및 자재·장비대금 체불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당 사고중 80%이상이 수급사업자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급사업자에 의한 불법 다단계하도급 및 고의부도ㆍ도주ㆍ폐업 역시 비일비재한 상황이며, 이러한 이유로 근로자를 대변하는 건설노조에서도 금번 계획에 대하여 강력 반대한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3.하도급대금 직불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은 계약당사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계약은 상호간 동등한 지위에서 공정하게 체결되어야 한다는 사법상의 원칙을 감안할 때, 하도급대금 직불을 정책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발주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상대방에 일방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부당한 권리남용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는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 이행 전반에 대하여 총괄적인 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을 원사업자에게 부여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수령할 원사업자의 권리는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도급대금 직불 사유가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하도급법에 입법화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경우에 대해서까지 모두 직불을 의무화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지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할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4.선의의 원사업자에 대하여 부당한 피해만 가중시키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만 야기할 우려가 큽니다.

2차 협력자에 대한 체불이 발생할 경우 발주자의 대위변제 요청 등으로 원사업자는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가피하게 대위변제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선의의 원사업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며, 금번 정책으로 이와 같은 사례는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도급대금 직불 확대는 원사업자와 영세한 2차 협력자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아 수급사업자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반쪽도 못되는 부실 정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하도급 계약 당사자와 대금 지급자가 상이해 법적인 책임 소재 확정이 복잡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업체 간 불필요한 법적 분쟁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5.금번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대금 직불제 확대’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건설산업은 그 동안 일부 건설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로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법 위반 행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공정거래 여건은 확실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최근 건설업계의 위기극복을 위하여 강도 높은 경영혁신과 국민들의 신뢰 회복에 대한 건설업계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불합리한 규제의 확대에 대한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하도급대금 직불 확대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그간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추진에 적극 동참해 온 건설업계로서는 커다란 상실감과 함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건설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임을 감안하시어 금번 ‘하도급 대금 직불제 확대’ 계획을 조속히 철회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는 동시에,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정책을 마련하여 주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