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승강기 사고 예방법
장마철 승강기 사고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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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0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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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덕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
기후변화 등의 여파로 환경재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초특급 토네이도가 미주리주 조플린시에서 1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올해 미국 전역의 토네이도 희생자 수만 5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58년 만에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토네이도뿐 아니라 거의 해마다 우리나라를 덮치는 태풍도 그렇고 갑작스러운 국지성 폭우, 우박, 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끼치는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 1999년 우리나라 전역을 휩쓴 태풍 올가는 무려 1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0년 이후에도 태풍 루사는 200여명의 사망자와 이재민 6만3085명, 재산피해 5조1479억원을 기록했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꾸짖듯 자연은 갈수록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그만큼 여름 한 계절 동안 내리는 장맛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마철 강우는 농작물에 풍부한 물을 공급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마철 강우는 조용히 비만 쏟아붓고 끝나지 않는다. 태풍을 동반한 국지성 폭우와 홍수는 마을을 수몰시키고 비닐하우스를 찢어버리는 등 많은 피해를 초래한다. 인명피해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피해대비와 안전대책 강구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특히 임시방편적인 대비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근본적인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태풍하면 2003년 9월의 매미가 떠오른다. 당시 강원도 강릉과 속초, 경남 마산과 창원, 부산 등 많은 곳이 입은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바다와 인접해 있어 상당수 가옥이나 아파트들이 침수됐다.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당시 바닷물에 잠긴 아파트나 빌딩에서는 승강기까지 고장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과 피해를 입었다.

피해 아파트는 모두 10∼18층의 고층이었다. 수도와 전기는 물론 승강기 운행도 중단되어 주민들은 계단을 이용해 물과 생활용품들을 날라야 했다. 실제로 피해가 가장 컸던 경상남도와 강원도 영동지역에선 800여대에 가까운 승강기가 부품 손상 등으로 작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은 한동안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했을 뿐더러 침수된 승강기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구체적이고 세심한 장마철 승강기 안전사고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전, 사후대책이 포함된다.

우선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비책부터 챙겨야 한다. 장마철에는 많은 양의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아파트나 건물 관리자는 기계실 창문과 잠금장치 관리를 철저히 하여 빗물 유입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팬이 덧창이 없다면 덧창을 설치해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 승강로, 천장, 벽 또는 피트(최하층 아래의 승강로)에 누수로 발생한 습기 때문에 녹이 생기면 기기고장은 물론 승강기 수명도 짧아지므로 ‘새는 곳’도 막아줘야 한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빗물이 기계실 권상기나 제어반으로 스며들어 누전이나 단락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곧 갇힘 등 안전사고를 부른다.

승강기 관리주체의 구체적 행동지침도 필요할 것이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지역의 승강기 관리주체는 주민들에게 ‘호우 시 이용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사전에 고지하고, 카(몸체)나 균형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중간층으로 이동시킨 후 전원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가항력적으로 아파트나 건물이 침수됐을 때의 대응메뉴얼도 꼼꼼히 짜둬야 한다. 카가 침수됐다면 신속히 승강기 주전원을 차단하고 이용자에게 이 사실(운행중지)을 알리고 모든 출입구에 운행정지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기계실, 카, 승강로의 물기 제거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보수업체를 통해 승강로 바닥에 고인 물(또는 바닷물)을 뽑아내고 카를 건조시킨 뒤 운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후 전문 검사기관의 안전검사를 받고 나서 승강기를 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마철에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에도 조심해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스텝(계단)에 물이 묻으면 말라 있을 때보다 한층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는 비가 오는 날에는 반드시 헨드레일(안전손잡이)을 잡고 걷거나 뛰지 말아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는 경사가 급한데다 날카로운 부분이 많아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를 관리하는 사람들도 탑승구에 최소한의 물기를 흡수할 수 있는 마른 수건이나 깔판을 사전에 설치해야 하고, 경고성 포스터나 홍보물을 부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장마철에는 고무재질로 된 장화나 샌들, 슬리퍼 등을 신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 마찰계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질 확률이 더욱 높아지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다양한 자연재해가 예상된다. 최근 강원도와 경기북부, 서울지역에 예측이 힘든 국지성 호우와 태풍은 큰 위협요인이다.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장맛비를 과학기술로 제어하거나 찾아오는 태풍을 막을 수는 없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만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는 비책이다.

이제라도 지하철 등 승강기 다중이용시설 기관이나 공동주택 건물 관리주체는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부터 승강기나 전기 등 시설물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는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때다. 장마철에 예상되는 자연 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예측이 불가능한 피해로부터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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