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기후변화로 인한 ‘하천 식생의 역습’ 경고
건설연, 기후변화로 인한 ‘하천 식생의 역습’ 경고
  • 이태영 기자
  • 승인 2021.05.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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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하천 변형으로 물 흐름 방해…홍수 위험 증가

김원 박사 “원래 모습 복원 위한 대책 마련 시급”

기후변화로 인한 하천 식생의 과도한 증가로 하천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이로 인해 홍수의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 이하 건설연)은 지난해 큰 홍수가 발생한 섬진강의 경우 고달교~구례교 22km 조사대상 구간에서 56%가 식생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렇게 과도하게 발생한 식생은 홍수시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천 식생은 2011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경북 영주의 내성천에서는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식생 면적이 16.5배나 증가했다. 경기 여주의 청미천은 2010년 이후 6년 동안 2배 증가했다.

건설연은 이같은 현상이 댐의 유무, 하천의 규모나 위치에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2011년 이후 급격하게 발생하고 있는 식생 발생의 원인이 기후변화와 관계있다고 분석했다.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5년 동안의 전국 19개 지점 월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최근 7년의 월별 강우 발생 양상이 과거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봄 강우량은 증가하는 반면, 여름 강우량은 크게 줄어든 것.

4월의 평균 강우량은 71.5mm에서 93.2mm로 30% 증가한 반면, 5월에서 9월 사이 강우량은 모두 감소했으며, 6월에는 161.2mm에서 82.2mm로 49%나 감소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여름철의 월 강우량 감소가 하천의 침수시간을 줄어들게 해 식생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했고, 결과적으로 식생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천 침수시간을 분석한 결과 강원도 횡성군의 섬강은 2012년 이후 하천 전체가 침수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내성천은 2012년 1,202시간이던 침수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어 2015년에는 0시간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서는 기후변화가 여름철 강우량 감소를 유발하고, 이는 하천 침수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하천 식생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건설연 김원 박사는 “하천 식생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와 더불어 하천 식생을 조절해 원래 하천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