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하 변호사의 법률솔루션]공사계약에서 고의ㆍ과실과 무관하게 약정해지사유 정한 경우 손해배상책임 
[문종하 변호사의 법률솔루션]공사계약에서 고의ㆍ과실과 무관하게 약정해지사유 정한 경우 손해배상책임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23.1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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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이코노미뉴스] 당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과 무관한 사유를 약정해지 또는 해제사유로 정한 경우,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면서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책임도 계약 내용이라고 해석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피고는 2021. 4. 3. 원고와 사이에, A회사로부터 도급받은 사업 중 일부인 조경 및 정자 등 시설물과 포장공사를 공사기간 2021. 4. 3.부터 2021. 7. 19.까지로 정하여 원고에게 하도급하는 내용의 공사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하도급계약조건 제25조 제1항은 ‘원고 또는 피고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 서면으로 계약의 이행을 기간으로 정하여 최고한 후 동 기간 내에 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해지사유의 하나로 제6호에서 ‘제14조 제1항에 의한 공사의 정지기간이 전체공사 기간의 50/100 이상인 때’를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제14조 제1항은 ‘피고는 발주자의 요청 혹은 자신의 설계 변경 등에 의하여 공사 내용을 변경·추가하거나 공사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시공을 일시 중지할 경우에는 변경계약서 등을 사전에 원고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4조 제1항은 ‘피고는 도급공사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이 공사와 관련이 있는 공사와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원고와 협의하여 이 공사의 공사기간, 공사 내용, 계약금액 등을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아울러 제25조 제5항에서는 ‘피고 또는 원고는 제1항에 의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는 2021. 6. 21. 피고에게, 선행공정의 미비로 인해 조경공사 진행을 위한 수목 식재 기반 조성 및 시설물 설치 기반 등의 확보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입찰 당시 고려되지 않은 장마철 식재로 인하여 수목의 하자 위험이 증가되고 장비 및 인원 투입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어 심각한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태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21. 7. 16. 협력업체 대표자회의에서 부대토목공사업체들에게 현재의 공정으로는 포장공사가 불가능하다며 장비 및 인원을 추가 투입하여 토공, 오수공, 포장공 등 각 공종을 병행 시공하여 공정을 만회하여 줄 것을 촉구하였고, 원고에 대하여는 조경부지 현황을 파악하여 정지작업을 우선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21. 7. 20. 원고에게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조속히 계약기간을 변경하고, 공사이행증권의 기간을 연장하여 발부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원고는 2021. 7. 23.경 작업인원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고 2021. 7. 25. 피고에게, 당초 계약기간과 상이한 내용으로는 원가 상승과 하자의 증대 우려로 인하여 공사 추진이 불가하다고 판단된다며 공사 정산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2021. 6. 21. 선행공정의 이행을 촉구할 무렵까지 이미 선행공정의 지연으로 전체 공사기간의 50/100 이상의 기간 동안 공사를 수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공사를 중단하고 2021. 7. 25.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것은 하도급계약조건 제25조 제1항에 의한 해지권의 행사로서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서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시설물공사의 이행을 위하여 그 설계도서의 규격에 맞추어 원자재를 절단·가공하여 제작한 시설물은 다른 용도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므로 그 제작에 소요된 지출비용 및 그 밖에 포장공사와 시설물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 상당의 손해는 피고가 배상할 손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지만(민법 제551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배상책임 역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을 때에는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민법 제390조). 이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과 상관없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그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계약의 내용이 통상의 경우와 달리 어느 일방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게 하는 경우에는 계약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므로, 당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과 무관한 사유를 약정해지 또는 해제사유로 정한 경우에 그 사유로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면서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 계약 내용이라고 해석하려면, 계약의 내용과 경위, 거래관행 등에 비추어 그렇게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계약조항이 약정해제·해지권을 행사하여 해제·해지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이상과 같이 약정해제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조항이 있더라도 의무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약정해제권을 행사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는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