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전기공사 분리발주 확대…“국책사업 지연 불가피”
건설업계, 전기공사 분리발주 확대…“국책사업 지연 불가피”
  • 이태영 기자
  • 승인 2023.12.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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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국민 피해 우려 목소리 커져

[건설이코노미뉴스] 대한건설협회(회장 김상수)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지난달 27일 전기공사 분리발주 의무의 예외공사 범위를 정하는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기술제안입찰 등 기술형입찰 방식의 공사를 제외한 것에 대해 가덕도 신공항, GTX 등 정부의 국책사업의 정상적 사업진행 차질과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협회는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사업 등 국책사업·지자체 숙원사업에서 전기공사 분리발주가 의무화되면 사업 지연, 비용증가가 불가피하고, 고품질의 공공건축 구축으로 얻고자 하는 편익 달성에 영향을 끼쳐 결국 시설물 이용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공사의 분리발주 예외사유는 2023년 전기공사업법 개정으로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하고 구체적인 사유를 규정했으며. 이 중 ‘공사의 성질상 분리발주할 수 없는 경우’를 시행령으로 위임해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전기공사업법 시행령이 분리발주의 예외범위를 정하는 중대 규제임에도 개정 법률 시행일인 2024년 1월 4일을 한달여 앞두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그 기간을 10일로 단축하는 등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 제정 후 시행령을 마련토록 1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부처의견 없이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와 법제처 법령검토 진행을 위해 11월 말에 입법예고를 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실제로 산업부는 국가건설정책을 주관하는 국토부, 기재부, 행안부, 조달청 등 부처 의견 없이 11월 중순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에 관련 시행령 심사를 요청한 후 11월 말에서야 부처 의견수렴과 입법예고를 진행했다.

국토부, 기재부, 행안부, 조달청은 시행령 개정안에서 “시공의 목적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해 목적물의 품질 향상 및 더 나은 기술 적용을 유도하는 기술제안입찰이 분리발주 예외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술형입찰은 시공의 목적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해 낙찰자가 시공의 목적물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전기공사를 분리해 발주할 수 없는 입찰방식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소방공사의 경우도 기술형 입찰을 시행령에서 분리발주 예외사유로 명확히 인정하고 있으며, 정보통신공사 역시 시행령을 근거로 정부 유권해석을 통해 분리발주 예외사유로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기재부와 행안부는 ‘기술제안입찰의 경우 시공의 일부를 분리하여 발주할 여지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통해 기술제안입찰에서 전기공사를 통합 발주해왔다.

또한 국내 전기분야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전기학회에서도 ‘기술형입찰공사를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범위에 포함해 줄 것’을 산자부를 비롯한 국토부, 기재부, 행안부 등 유관부처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시행령 개정안에 분리발주 예외범위에 일괄입찰 중 특허·신기술이 적용되는 공사 등으로만 한정했다.

이에 따라 특허·신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일괄입찰 뿐만 아니라 대안입찰,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로 발주하는 모든 공사는 전기공사 통합발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시설물 품질 제고, 공기‧공사비 절감, 친환경‧스마트기술 적용을 위해 기술형 입찰로 발주할 계획인 가덕도 신공항, GTX 등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사업도 전기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로 계획된 공기의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기단축 및 조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입찰 시 패스트트랙(Fast-track)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공사 분리발주 시 이게 불가능해져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기공사업계의 전기공사 저가하도급의 문제해결을 위해 분리발주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적정공사비 문제는 입찰제도와 하도급제도의 개선을 통해 적정공사비 확보방안을 모색해야하는 문제이지 분리발주를 확대로 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산업통상부의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강행은 관련 부처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건설업계를 압박하는 편협한 규제”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선 것과 상반되는 정책인데다,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낮추고 선진화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전기공사 분리발주 예외사유 확대를 산업부를 비롯해 국토부, 기재부, 행안부, 조달청, 법제처, 국무조정실 등에 건의했으며, ‘일괄입찰, 대안입찰, 기술제안입찰 등’이 분리발주 예외 공사에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지속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