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30대 중반인데, 혈압약을 먹은 지 5년이 되었다. 늘 시간에 쫓기고 업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던 어느날 혈압이 높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그때는 나이도 젊으니 일시적인 증상이겠거니 하고 주의깊게 생각을 안 했는데, 혈압이 몇 년 동안 정상 회복되질 않자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혈압약 복용을 권유받았다. 젊은 나이여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말에 결국 혈압약 복용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죽을 때까지 계속 먹어야한다는 생각에 너무 일찍 건강을 잃은 것만 같아 우울하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후회도 된다.
C씨는 술 담배, 육류를 좋아하고 운동은 하지 않는 편인데, 건강검진 때는 늘 고지혈증으로 진단을 받았고, 의사로부터 체중을 줄이고 술 담배를 끊고 식사도 채식으로 바꾸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식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약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약을 끊으면 수치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다보니 약을 끊을 수도 없고 계속 먹자니 불안하다.
두 사람 모두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혈관이 수축되고 혈류가 나빠져서 혈압이 오르고, 고지혈증이 생기는 등, 혈관과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혈관과 혈액의 문제는 전신의 문제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미세하게 연결되어 있는 말초혈관까지 충분히 혈액이 공급되려면, 혈류상태가 맑고 깨끗해야 할 뿐 아니라, 혈액이 순조롭게 흐르도록 혈관이 잘 이완되어야 한다.
혈액이 말초까지 잘 공급된다는 것은 산소와 영양이 잘 전달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말초까지 혈액이 잘 전달되지 않는 당뇨환자들은 손발 끝에 상처가 있으면 상처조직이 괴사되기도 하는 등 말초순환에 장애가 생기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혈관은 수축되고 긴장되어 혈액이 흐르는 길이 좁아져서 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운동을 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을 오래 지속하면 혈관 탄력성은 떨어지고 혈류가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흔히들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고쳐서 혈관을 건강하게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약에 의존하게 된다. 당장은 편안하게 혈압도 내려가고 고지혈 수치도 내려가는 듯 보이지만, 생활개선이 없이 약만 먹다 보면, 점점 약의 용량은 늘어나게 되고, 혈관개선의 기회는 물 건너가 버리고 만다. 약을 먹는 중이더라도 건강하게 몸을 바꾸면, 복용약의 양이 줄어들거나 끊을 수도 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얼굴과 가슴, 뒷목에 항상 열감이 느껴지고, 호흡이 빠르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의 혈액상태는 산소를 세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적혈구가 파괴되어 있다. 즉, 말초혈관까지 혈액은 물론이고 산소와 영양의 전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자율신경기능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 사람은 혈액안의 적혈구가 건강하고 사지말단까지 혈액과 산소공급이 원활해서 손발이 항상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하며 맑고 혈액순환이 순조롭고 근육도 부드럽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은 곧 혈행이 좋아지고 대사 순환이 원활해지며, 몸이 따뜻해진다는 의미다.
스트레스를 조금 받더라도 부교감신경이 건강하면 금세 혈압이 안정되고 근육긴장도 정상으로 회복되며 소화도 잘 되고, 잠도 잘 온다. 자율신경의 균형은 혈액순환과 혈류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결국은 온 몸의 건강회복에 근원이 된다.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를 돕는 생활수칙과 음식 >
첫째, 등 구르기 = 바닥에 앉아 두 발을 모으고 무릎을 굽혀서 세운다음, 양손을 깍지끼고 무릎아래를 감싸주고 턱은 아래로 당긴다. 그런 다음 등을 둥글게 유지하면서 뒤로 천천히 누웠다가 다시 앉기를 반복하면서 등 구르기를 한다. 이 동작은 척추신경과 같이 있는 교감신경에 골고루 자극을 주어 오장육부의 순환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딱딱하게 굳어서 긴장된 척추종인대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 손바닥을 세게 비벼 눈 두덩이에 얹기= 손바닥에 열이 나도록 빨리 비벼준 다음, 손바닥을 눈 두덩이에 갖다 대고 심호흡하기를 반복한다. 특히 잠 자기 전에 10회 반복해서 이 동작을 해주면 깊은 잠을 자는데 도움이 되며, 교감신경이 안정된다.
채소찜 : 감자, 고구마, 우엉, 당근, 연근, 무 등의 각종 뿌리채소와 청경채, 쌈채소, 배추, 파프리카 등의 각종채소와 마늘, 양파 등을 골고루 넣고 찜통에서 10분~20분간 쪄낸다. (소금이나 간장 간을 하지 않으며, 각종 채소는 껍질째 사용하며, 물로 깨끗이 씻어내어 흙을 제거하는 정도로만 손질한다. 버섯류나 사과, 단호박, 아보카도 등도 함께 활용해도 좋다. )
시금치 : <본초강목>에서는 “시금치는 혈맥(血脈)을 통하고 가슴이 막힌 것을 통한다. 기를 내리고 속을 고르게 한다” “ 오장을 이롭게 하고 위의 열을 풀어준다”고 했다. 시금치 속의 엽산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하게 해서 불면, 불안증상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으며 혈액성분의 근원인 엽록소가 풍부해져서 혈액을 맑고 정갈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좋은 음식이다.
■정이안 원장 : 한의학 박사로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50’, ‘내 몸에 스마일’,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등이 있다. www.j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