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관련 연구원장에게 듣는다!] - 미래 건설산업을 위한 제언
[건설관련 연구원장에게 듣는다!] - 미래 건설산업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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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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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건설투자는 곧 국민들의 복지향상에 필수적 요소

노재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건설산업의 성장에 따른 직간접적인 혜택을 적지 않게 입은 세대의 일원으로서 4년여 지속되는 건설경기 부진에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를 유지하던 건설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간 동안에는 마이너스 0.2%로 하락하였다. 건설투자 위축에 따른 공사물량 감소로 건설업체들은 생사를 건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입찰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은 경우가 269건이나 된다. 지방의 한 시청에서 발주한 15억원 정도의 건설공사 입찰에 무려 3000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했다고 한다.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세계경제의 불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거시경제 전반의 부진과 함께 주택부분의 침체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건설투자 증가율은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설산업의 부진은 쉽사리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건설산업을 구원할 만병통치약을 당장 찾기도 어렵다. 다만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고 건설산업의 체질을 개선하여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현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호전시키고 장기적으로 외부의 경제적 충격이 있을 때마다 건설산업 전체가 위험에 노출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몇 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건설공사 가격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공사대금의 흐름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찰금액이 낙찰자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낙찰자결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공사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정해도 무방한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의 경우 제도의 명칭만 다를 뿐 결과적으로 가격을 기준으로 낙찰자를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찰업체가 최저낙찰률에 맞추어 가격을 제시하도록 평가방식이 설계되어 있다. 공사에 실제 투입되어야 하는 적정한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심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500대 1, 1000대 1, 심지어 3000대 1의 입찰경쟁에서 어느 건설업체가 적정공사비를 반영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일단 입찰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최저가격을 낼 수밖에 없다. 발주자가 선택한 최저가낙찰 방식은 하도급에도 적용된다. 하도급 단계에서는 심한 경우 도저히 공사를 할 수 없는 초저가공사가 많아 공사품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결국 저가공사로 인해 원도급업체나 하도급업체나 골병들어 망하게 된다.

원도급업체의 불공정거래를 개선하여 공사대금의 흐름을 정상화해야 한다. 원도급업체는 공사대금을 적게 주거나 하는 불공정거래로 몇 건의 공사에서 또는 짧은 기간 동안 이익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계속 생존할 수 없다.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그런대로 갖추어져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는 법을 잘 지키면 되기 때문에 원도급업체들이 준법하기로 결심만 한다면 이처럼 쉽고 효과가 큰 것도 없다. 그 영향은 기업 간의 거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와 그 가정에까지 확대된다. 하도급업체가 근로자를 더 고용하고 또 근로자가 임금을 제대로 받는다면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혜택은 다시 원도급업체에게 돌아가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경기대응력을 높이는 성장동력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건설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SOC와 민간부문의 주택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성장구도는 이미 유효하지 않다. 특히 주택 편중이 심한 건설업체 중 적지 않은 업체가 구조조정 중이거나 한계상황에 와 있다. 최근 수자원, 풍력, 태양광에 관심을 가지거나 진출하는 건설업체가 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분야는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건설시장을 해외로 확대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선진화된 규범이나 관행을 체득한다면 국내의 후진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건설산업과 건설투자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건설투자의 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그랬지만 다가온 12월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건설투자에 대한 공약은 자취를 감추었다.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서는 실현가능성이 낮은 무리한 空約이라도 남발하는 것이 정치권의 속성인데, 오히려 각 정치세력은 건설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유행이다. 건설투자 공약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산업 구성원들이 아무리 억울하게 생각하더라도,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건설투자가 국민들의 편의와 행복을 증진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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