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건설 예산 감축…업체 부도·실업자 양산
무분별한 건설 예산 감축…업체 부도·실업자 양산
  • 이태영 기자
  • 승인 2013.10.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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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저성장 시대 일본 공공 건설투자 변화와 시사점’ 발간

[건설이코노미뉴스-이태영기자] 건설관련 예산을 축소할 경우 업체 부도와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김흥수)은 최근 ‘저성장 시대 일본 공공 건설투자 변화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건설 관련 예산 감축시 파급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최근 복지 관련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건설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 장기간 건설관련 예산을 축소할 경우 어떠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2000년 전후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일본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박철한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분석한 결과, 장기적으로 공공건설투자를 감축할 경우 업체 부도 및 실업자 양산 가능성이 커 건설 관련 예산 감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공공 건설투자는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1992∼1999년 동안 30엔∼35조엔 대로 1980년대 대비 대략 30~40%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1990년대 하반기부터 경제 체질 변화를 위한 개혁과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건설 관련 예산이 10년 연속 감축됐다.

공공 건설투자는 1998년 34조엔에서 2008년에는 15조엔을 기록해 1990년대 후반의 절반 이하로 위축됐다.

일본 공공 건설투자 감소로 업체 부도와 실업자를 양산했으며, 장기적으로 투자가 10년 이상 하락해 경제 저성장 기조를 심화시켰다.

공공 건설투자 하락은 중소 업체의 구조조정을 촉발해 1999년 60만개였던 건설사는 2011년 48만개사를 기록해 총 12만개 업체가 사라졌으며, 대략 매년 1만 여개의 업체가 사라졌다.

업체 규모별로 자본금 200만엔 이하 영세 건설업체와 1000∼5000만 업체가 가장 많이 감소했는데, 이들 업체는 지방 중소업체 중 다소 규모가 있는 업체들이어서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 취업자는 1990년대 민간 건설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가 상승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높다.

실제, 버블 붕괴 이후 1991∼94년 기간 동안 제조업은 고용을 54만명 축소한데 반해 건설업은 51만명 인력을 고용, 건설업은 타 산업에서 방출된 젊은 노동력을 흡수해 실업률 상승을 크게 억제했다.

그러나, 민간 투자가 위축이 지속되고 일정부분 완충 작용을 했던 공공부문까지 감소해 결국 건설업 취업자 수도 1997년 685만명에서 2011년 497만명을 기록, 15년간 188만명 감소했다.

한국의 공공건설투자 추이는 일본과 다르지만,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 가운데 재정 건전성 문제로 공공건설투자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2000년 전후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2011년 36.2%에서 2012년 35.1%로 소폭 하락했다.

단순히 비중만 놓고 본다면 2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서 재정 건전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02년 정부부채 비중이 19.2%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간 2배 가까이 성장해 일본 못지않은 성장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부채 증가 속도로 인해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를 관리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는 정책방향은 1997년부터 일본이 진행한 흐름과 유사하다.

박철한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건설업체들은 수익률 10년 내 최저치이고 민간수주가 1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어 내년부터 건설 관련 예산이 감소할 경우 일본 사례와 같이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장기적으로 공공 건설투자가 감소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은 보수 경영 및 비용 감축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며 “국내 업체는 시장 축소에 대응한 일본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